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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존엄사와 생명 경시 사이… 인간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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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권리' 확대되는 세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하이에 사는 베치 데이비스(41·여)는 지난 7월 가까운 친구와 친척들에게 이메일로 파티 초대장을 보냈다. 특별한 복장 규정도 없고, 자유롭게 노래하고 춤출 수 있는 파티였지만 한 가지 규칙이 있었다. 절대 파티 주인공 앞에서 울면 안 된다는 것.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데이비스가 직접 준비한 ‘생애 마지막 파티’였다. 난치병인 루게릭병이 악화해 서 있을 수도, 제대로 말을 할 수도 없게 된 데이비스는 안락사법이 통과된 이후 수개월간 자신의 최후를 계획했다. 이틀에 걸친 파티에는 30명가량의 지인이 모여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파티에 모인 이들은 첼로와 하모니카를 연주하며 춤을 췄다. 데이비스가 좋아하던 동네 피자집에서 사 온 피자를 나눠 먹으며 그가 가장 좋아했던 영화도 함께 봤다. 파티가 끝날 무렵 친구들과 작별의 키스를 나눈 데이비스는 생애 마지막 일몰을 감상했다. 그는 버킷리스트에 들어있었던 기모노 차림이었다. 즐거웠던 하루가 가기 전에 그는 가족과 간병인, 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약물을 투여받고 숨을 거뒀다.


지난 7월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하이에서 안락사를 선택한 베치 데이비스가 친구들과 친척들을 초청해 마지막 파티를 함께하고 있다.
오하이=AP연합뉴스
◆세계 첫 미성년 안락사 허용한 벨기에


벨기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연령대에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다. 17세 불치병 청소년이 지난달 벨기에에서 미성년자로서는 처음으로 안락사로 생을 마쳤다. 벨기에는 2002년부터 18세 이상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안락사를 허용했고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나이 제한을 철폐했다.

벨기에 연방 안락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03∼2013년 벨기에에서는 8752명이 안락사를 선택해 생을 마감했다. 벨기에의 안락사법은 환자가 자신의 상태와 안락사의 의미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벨기에 안락사위의 빔 디스텔만스 대표는 미성년자 안락사에 대해 “이례적인 사례였다”며 “다행히 안락사를 고려하는 어린이는 극소수지만 그들이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우리가 거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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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인간의 선택권 중 하나로 인정될까

지난 6월에는 캐나다에서 안락사 허용 법안이 통과돼 세계 6번째 안락사 허용 국가가 됐다. 지난해 미국은 캘리포니아주가 안락사를 허용했다. 미국에서는 1994년 오리건주를 시작으로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 캘리포니아까지 5개주에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20여개주에서 관련 입법이 진행 중에 있다.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한 네덜란드에서는 해마다 전체 사망자 중 3%가량이 안락사를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스위스, 콜롬비아에서도 안락사는 합법이다. 여기서 안락사란 독극물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생명을 끊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치료를 중단하는 소극적 의미의 안락사와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적극적인 안락사를 ‘존엄사’나 ‘조력자살’로 부르기도 한다.

올해 1월 프랑스에서 통과된 ‘웰다잉법’은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하는 형태다. 불치병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연명치료 중단 또는 마취제를 이용해 깊은 무의식 상태로 만드는 방법이다. 영국, 독일, 일본 등이 이와 같은 형태의 안락사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법’이 2018년 시행될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안락사를 법제화하면 고통경감 치료 대신 죽음을 쉽게 택하는 풍조가 만연할 것이라는 짐작은 틀렸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해 1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폴란드와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나라에서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안락사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죽기 위해 스위스 찾는 사람들

스위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에게도 조력자살을 허용하고 있다. 1942년부터 조력자살과 안락사를 합법화한 스위스에는 안락사 지원 전문병원만 4곳이 있다. 그중 유일하게 외국인을 받아주는 ‘디그니타스’ 병원은 자체 집계에 따르면 1998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2127명이 안락사했다. 이 가운데 스위스 거주자는 약 7.5%(160명)다.

디그니타스는 사전에 자체 규정에 따라 심사를 거쳐서 대상을 선발한다. 심사에는 의료진료기록과 함께 본인이 죽음을 선택하는 이유를 자필로 정리한 문서를 심의하는 절차가 포함된다. 이후 유서 작성, 투약, 죽을 날짜 결정 등을 본인이 직접 하도록 한다. 치사약 투여 시에는 동영상 촬영을 통해 기록을 남기고 경찰이 입회한다.

이 모든 절차는 스위스 안락사·조력자살 법을 바탕으로 한다.인권 변호사 출신인 미넬리 디그니타스 원장은 “안락사와 조력자살 허용법은 꼭 유지돼야 한다”면서 “자살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주어지면 실제 자살을 시도할 확률은 줄어든다. 실제로 최종 승인 이후에 포기하는 이들이 8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투신, 약물로 자살을 시도하다 실패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할 확률도 확실히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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