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초선의원 눈에 띄는 '1호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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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색깔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무엇을 위해서 국회의원이 되려고 들어온 것인지 불분명하면 국민들이 금방 눈을 돌린다. (중략) 여러분이 갖고 있는 좋은 전문성과 능력, 열정과 의지는 여러분이 추진하는 정책 속에서 빛나게 돼 있다. 법안과 정책에 집중해서 지금부터 여러분이 낼 1호 법안을 잘 준비해 주기 바란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사령탑을 맡은 우상호 원내대표가 지난 5월 초선 의원 워크숍에서 당부한 말이다. 의원 각자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담은 1호 법안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20대 국회에도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활동하던 초선 의원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들이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1호 법안에는 발의자의 전문성, 소신, 정치철학들이 온전히 담겨 있다.
<새누리당>
◆자동차 정책단장 권석창, “신차도 교환·환불”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기획단장을 지냈던 새누리당 권석창 의원은 지난 7월 결함이 있는 신차의 교환 및 환불을 쉽게 할 수 있는 ‘자동차소비자 보호법 제정안’, 일명 ‘한국형 레몬법’을 발의했다.
차량구입 후 18개월 안에 여러 차례의 고장이 발생할 시 차량 교환 및 환불을 가능하게 한 미국의 레몬법(lemon law)에서 이름과 내용을 따왔다. 주택 다음으로 자산가치가 높지만, 중대결함이 발생해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교환을 해주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권 의원은 “전자제품이 고장나면 안 바꿔주는 경우는 없지 않으냐”며 “자동차라는 것은 고쳐만 주고 렌트도 안 해준다. 소비자 권익이 무시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통과로 자동차 관련제도가 제작·판매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기대감도 덧붙였다.
◆성일종, ‘공공주택 장애인 쉼터공간 마련’
새누리당 성일종 의원은 지난 6월 자신의 첫 법안으로 아파트 등 공공주택에 장애인들의 쉼터공간을 마련해주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선거운동 때 쉽게 모이기 힘든 장애인들의 어려운 처지를 듣고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정도로 애착이 큰 법안이다. 65세 이상 장애인이 100만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단순한 경로당 시설만으로는 불충분할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법안은 일정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에 장애인 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건축업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쉼터 설치 시 건폐율·용적률·높이제한을 완화하고 쉼터 건립금액의 일부를 세금공제하도록 했다. 성 의원은 “정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그분들의 억울함을 살피는 것”이라며 “외롭게 살고 있는 장애인들이 생각 외로 많다는 것을 느껴서 이런 법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국수 조훈현, “바둑 기보 저작권 강화해야”
새누리당 조훈현 의원은 지난 4일 두 개의 법안을 냈다. 대한민국의 바둑 ‘국수’(한 나라를 대표하는 바둑 고수)에서 초선 의원이 된 그가 처음 발의한 법안은 바둑의 위상강화를 위한 ‘바둑진흥법 개정안’과 바둑 기보의 저작권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었다. 이 중 저작권법 개정안은 지난 3월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의 대국이 계기가 됐다. 조 의원은 이후 6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대국을 조명하는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이 중 일부가 이세돌 9단의 기보를 사용하면서도 대가 지급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사실상 무단사용”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의 예시를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수’ 조 의원이 바둑기사 허락 없이 기보를 무단으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현실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검사 출신 금태섭, ‘수사 제대로 받는 법’
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부당한 수사로부터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금 의원은 서울중앙지검 검사 시절이던 2006년 한 종합일간지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기고했다가 검찰 내부 반발로 사표를 냈다. 애초 10회를 계획했던 기고는 1회 만에 중단됐다. 당시 1회 기고 주제가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변호인에게 모든 것을 맡겨라’였다. 법안으로 기고를 다시 시작하는 셈이다. 개정안은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변호인 참여권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고,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내용 기록, 피의자 조언, 부당한 신문에 이의 제기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금 의원은 “그동안 변호인 참여권이 유명무실했기 때문에 음성적인 전화변론, 전관예우가 횡행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노동계 대부 이용득, “알바 먼저 존중하자”
35년 동안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하고, 한국노총 위원장을 세 번이나 지낸 ‘노동계 대부’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알바 존중법’을 발의했다.
국내 최초로 육아휴직제와 주5일근무제를 도입하고, 금융노조 사상 첫 파업을 주도한 이 의원이 노동계의 굵직한 이슈를 담은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국회 개원 이튿날인 6월1일 대형 패스트푸드점 배달 아르바이트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그 원인이 ‘30분 배달제’로 드러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강제근로 유형의 구체화, 지속적 폭언 금지, 근로계약서상 정확한 업무범위 명시, 지폐 혹은 계좌입금 등 임금지급 방식의 명확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의원은 “노동의 권리가 소외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명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정치평론가 이철희, “투표일 유급 휴일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인 ‘썰전’에 출연하며 대중에 친숙해진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선거일을 ‘유급 법정 휴무일’로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며 대중에게 정치를 쉽게 설명해준 이 의원 행보를 감안하면 투표율을 높여 정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1호 법안 발의가 자연스럽다.
개정안은 보궐선거를 제외한 선거일을 유급휴일로 명시하고,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현재 선거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휴일로 규정돼 기업에서 근로자를 출근하도록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 의원은 “출근을 해야 해서 투표를 못하는 사람이 어림잡아도 200만∼300만명으로, 법적으로 투표권이 있지만 사실상 ‘죽은 권리’”이라며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정치적 권리를 좀 더 온전하게 보장해 주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당>
◆김종회, “정서적 학대 금지, 노인도 적용”
국민의당 김종회 의원은 노인에게 폭언과 위협 등 정서적 학대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노인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1호 법안으로 제출했다. 노인학대 유형은 신체적, 정서적, 성적, 경제적 학대와 방임·유기 등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정서적 학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김 의원 지역구인 전북 김제·부안은 농촌 지역으로 고령층 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은 곳인 데다 한학자 출신인 김 의원이 예절과 노인 공경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법안 발의에 영향을 미쳤다. 김 의원은 “농촌에 가보면 가장 심각한 게 노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 측은 “아동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 등에선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행위에 포함하고 있는데, 노인에 대해선 유독 정서적 학대 부분이 빠져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도 명문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악가 장정숙, “열정페이, 강제 재능기부 금지”
성악가 출신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은 예술인들이 각종 공공 행사에서 ‘열정페이’를 강요받으며 노래나 악기연주 등의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평소 소신을 담아 1호 법안을 냈다. 장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원봉사활동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원봉사활동을 가장해 정당한 대가 없이 사람의 시간과 노력을 이용하는 행위를 방지하자는 법이다. 예술인 복지에 관심이 많은 장 의원은 “재능 기부를 강요하는 게 너무 보편화돼 있다”며 “강제 재능기부를 하는 예술인들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어 보려던 차에 범위를 넓혀 다른 분야의 강제 자원봉사까지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법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직인 방과 후 수업 교사들이 실제 계약보다 많은 수업을 자원봉사 명목으로 강요받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장 의원은 앞으로 예술인들의 용역 계약서를 구체적으로 적도록 하는 법안도 만들 계획이다.
<정의당>
◆무상급식 성과 윤소하, “어린이 입원진료비 무료로”
30년 동안 시민사회운동을 해온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1호 법안으로 15세 미만 어린이의 입원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의원은 학교무상급식운동본부 상임본부장으로 활동하던 2010년 목포에서 전국 최초로 무상급식조례안을 제정하면서부터 보건복지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개정안은 현재 17조원의 흑자를 내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의 3%를 사용해 15세 미만 아동 입원진료비 본인 부담금을 전액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 기준 0∼15세의 아동이 지출한 입원진료비와 외래진료비, 약값 총액은 6조3937억원으로 그중 60.7%는 건강보험에서 부담하지만 나머지 39.3%는 환자가 내야 한다. 윤 의원은 “아이가 아프면 모두가 아프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며 “아동 건강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준·이도형·홍주형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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