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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V 감염도 속상한데… 산후조리원이 되레 소송

입력 : 2016-08-08 18:53:04 수정 : 2016-08-09 17: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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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가 전파 신생아 20명 감염 / 조리원 과태료 100만원 처분 / 치료비·위자료 등 합의 외면 / 조리원 “무리한 요구해 소송”
제주도에 사는 P(35)씨 부부는 지난 5월 초 첫아이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에서 퇴소하자마자 악몽이 시작됐다. 아이가 기침을 하며 울더니 미열과 함께 눈이 붓고 눈곱이 끼는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환경이 달라져 그런가’ 싶었지만 병원에 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영아들의 부모를 만났는데 전부 같은 조리원 출신이었다. P씨 아이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 판정을 받고 보름 동안 입원해야 했다. RSV는 주로 만 1세 이하 영아에게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을 일으키는 감염병이다.

악몽은 이어졌다. 보건당국 실태조사 결과 RSV는 5월 말 해당 조리원에 입소한 산모에게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시기를 전후해 입소한 신생아 20명이 감염됐다. 해당 조리원은 환자이송 보고 누락 책임으로 과태료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P씨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조리원 측에 치료비 전액과 위자료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리원 측 보험사는 치료비를 70%만 줄 수 있다며 버텼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P씨에게 소장이 날아왔다. 조리원 측이 도리어 배상 책임이 없다며 P씨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P씨는 8일 “갓 태어난 아이가 링거를 꽂은 채 항생제를 투여받고 호흡기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며 “피해자한테 오히려 소송을 걸다니 윤리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조리원 원장은 “다른 부모들과는 원만히 합의가 됐는데 P씨만 무리한 요구를 해 어쩔 수 없이 소송까지 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근 산후조리원이나 병원, 어린이집 등에서 RSV 등 호흡기질환 집단감염이 잇따르면서 배상 문제를 놓고 법정 다툼까지 가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당국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사이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배상을 받기 위해 소송전을 벌이느라 또다시 고통을 겪어야 하는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산후조리원에서 산모와 영아에게 감염병이 발생한 사례는 2013년 49명에서 2014년 88명, 지난해 6월 270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관련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은평구의 산후조리원에서 결핵에 집단감염된 신생아와 부모 230명은 이 조리원이 배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총 6억9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예율의 이성준 변호사는 “치명적인 후유장애 우려까지 있는 감염병이 어디서, 왜 발병했는지 인과관계는 명확한데 해당 보건의료기관이나 조리원에서는 자기 과실을 부인하며 배상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해 아기와 부모들만 고통스러워지는 상황이 많다”고 지적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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