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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왜 다시 ‘덕혜옹주’인가… “대한민국 우리나라”

입력 : 2016-07-31 15:30:37 수정 : 2016-07-31 16:5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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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를 만났다.

덕혜옹주의 삶은 2009년 첫 출간돼 100만부 이상 팔린 권비영 작가의 소설을 통해 많은 이들의 마음을 후벼 팠다. 그리고 7년이 흐른 2016년 허진호 감독은 그녀의 삶을 스크린에 끄집어 내 또 한 번 불꽃처럼 타오르게 했다.

주인공 ‘이덕혜(덕혜옹주)’로 분한 배우 손예진의 열연에 허진호 감독의 따뜻하고 섬세한 손길이 더해져 가슴이 먹먹해져오는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 바로 ‘덕혜옹주’(감독 허진호, 제작 호필름,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다.

오롯이 빛나기만 한 삶은 결코 아니었다. 덕혜옹주는 고종황제가 환갑의 나이에 얻은 고명딸로, 어린 시절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었을 만큼 나라 잃은 백성들에게 위안을 주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가 1925년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뒤 그토록 그리던 고국에 돌아오기까지 37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덕혜옹주를 비롯한 영친왕(덕혜의 오빠) 일가는 일본에서 친일파에 둘러싸여 귀족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고, 당시 나라 잃은 백성들의 고통은 등한시했다는 역사적 평가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덕혜란 여성의 삶 측면에서만 보자면 그녀는 일본사람 소 다케유키(김재욱 분)와 강제결혼하고 정신병원에 갇히는 등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1945년 광복 이후에도 그녀는 돌아오지 못했고 1962년이 돼서야 고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왜 그토록 긴 시간이 걸려야 했던 걸까. 



역사왜곡이나 미화에 대한 판단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극적 효과를 위해 김장한(박해일 분)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영친왕 일가를 상해로 망명시키려고 하는 시퀀스 등이 담기기는 했지만 그녀나 그녀의 가족에 대한 옹호나 찬양은 담겨 있지 않다. 영화는 오직 그녀의 삶에 주목할 뿐이다.

손예진이 연기한 덕혜옹주는 타의에 이해 일본에 갔고, 어머니 ‘양귀인’(박주미 분)을 그리워하는 가련한 딸의 모습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묘사되지 않는다. 주인공임에도 상당히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지는데, 이 지점이 오히려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광복 후에도 정권의 정치적인 계산 때문에 그토록 오고 싶어했던 고국에 돌아올 수 없었던 그녀지만 '대한민국 우리나라'라고 남긴 생전 마지막 자필 글씨는 관객들의 마음을 숙연해지게 만든다.

주연배우 손예진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녀가 이 역할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느끼게 된다. 눈물을 한 가득 머금은 채 떨리는 입술로 “고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의 연기는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이 작품에서 손예진은 덕혜옹주 그 자체로 존재하는 듯하다.

그런 그녀의 연기가 제대로 빛을 발하도록 뒷받침 해준 박해일, 라미란, 정상훈 등 배우들의 노고도 극찬할 만하다. 박해일이 연기한 ‘김장한’은 덕혜옹주에겐 조력자(혹은 연인), 관객들에겐 관찰자이자 화자의 역할을 한다. 

덕혜의 유일한 벗이자 궁녀 ‘복순’ 역의 라미란과 김장한의 동료 ‘복동’ 역의 정상훈은 무거운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쉼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유일한 ‘악의 축’으로 등장하는 ‘한택수’ 역 윤제문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도 눈여겨 볼 것. 12세이상관람가. 127분. 8월3일 개봉.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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