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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기업의 '甲질', 소비자 가슴 멍들게 한다

입력 : 2016-07-27 05:00:00 수정 : 2016-07-26 15: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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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곧 소비자인 만큼 당연히 소비자의 힘이 강해야 하지만, 더 막강한 대기업의 횡포 앞에서 ‘소비자 주권’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비롯 소비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으며, 가격이나 원산지·유통기한을 속이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렇게 계속되는 기업의 ‘갑(甲)질’ 횡포 속에서 기업 윤리와 도덕성을 찾아보기는 어려워졌는데요. 더 큰 문제는 정부도, 국회도, 시민단체도 소비자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비자들은 점점 깊게 멍이 들어가지만, 기업 윤리의식과 도덕성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비자 주권과 기업윤리에 대한 인식에 대해 살펴 봤습니다.

소비자 멍들게 하는 기업의 ‘갑질’ 횡포, 기업윤리는 어디로 간 것일까. 실제 "모든 사업가가 도덕원리를 따르고 있다"는 시각 7.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중 4명은 현재 소비자들의 의사를 대변할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주권과 기업윤리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 대부분은 정부와 국회·기업 모두 소비자의 의사를 대변하거나 반영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먼저 현재 정부가 전체 소비자의 의사를 반영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6.6%에 불과했다. 지난 2014년 같은 조사(10.6%)에 비해 정부가 소비자를 위한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더 강해진 것으로, 특히 30대(2%)가 가장 낮은 동의율을 보였다.

물론 여당과 야당이 소비자의 의사를 반영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소비자의 의사를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데 각각 23.9%, 28.8%만이 동의한 것이다. 역시 30대 소비자가 대기업(19.6%)과 중소기업(24.4%) 모두 소비자의 의사를 반영하고 있다는데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민단체나 NGO의 역할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시각도 팽배했다. 현재 시민단체와 NGO 등 비영리단체가 소비자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다는데 공감하는 의견은 26.3%로, 2014년(31.6%)에 비해 더욱 낮아졌다.

소비자의 편에 서야 할 단체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커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전체 10명 중 4명(38.9%)은 한국사회에서 소비자의 의사를 대변하고 있는 곳은 없다는 다소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드러냈다. 3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소비자를 대변하는 곳이 없다는 인식이 가장 뚜렷했다.

◆이윤 추구하는 기업 입장 이해하지만…

기업윤리와 관련한 인식평가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동반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함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소비자 2명 중 1명(50.1%)은 사업의 기준이 ‘그렇게 하는 것이 이익인가?’하고 묻는 것이라는데 공감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성별과 연령에 무관하게 사업의 기준은 ‘이익’이라는 데 대체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는 11.9%로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또한 모든 사업에는 ‘나름대로’ 규칙이 있다는 시각에 전체 76.9%가 동의하는 태도를 보일 만큼, 기업을 운영하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각 기업만의 입장과 철학이 있을 것이라는 부분에 많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성공 위해서는 도덕문제 무시해야" 6.8%뿐

하지만 이런 생각들이 결코 기업들에게 도덕문제에 있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 사업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기에 성공을 위해서는 도덕문제를 무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소비자가 단 6.8%에 불과했으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할 뿐 수단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8.5%에 그쳤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성공을 위해 도덕성을 외면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태도에 더욱 공감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했다. 사업과 도덕가치가 별개의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4명 중 1명(24.4%)에 머물렀으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이 44%로 훨씬 많았다.

도덕이란 궁극적으로 이기주의일 뿐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7.2%뿐으로, 기업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기업윤리를 홍보용이라고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49.1%)이 기업윤리는 결국 PR을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특히 30대 소비자(52.4%)에게서 이런 인식이 많이 발견되었다. 아무래도 기업의 윤리와 도덕성을 강조한다는 기업들의 외침과는 달리 실제 일상생활에서는 기업의 비윤리적, 비도덕적인 태도를 많이 마주하게 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모든 사업가가 도덕원리를 따르고 있다" 7.5%에 불과

윤리의식을 강조하는 소비자들의 태도는 사업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먼저 훌륭한 사업가란 성공한 사업가를 말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동의하는 의견(26%)보다 동의하지 않는 의견(37.6%)이 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성공을 했다고 하여 무조건 훌륭한 사업가라고는 할 수 없다는 시선이 보다 강한 것이다. 아무래도 도덕과 윤리를 따르지 않는 사업가들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사업의 성공이 훌륭한 사업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태도가 큰 것으로 보여지는데, 실제 모든 사업가가 도덕 원리를 따르고 있다고 보는 소비자는 단 7.5%에 불과했다.

또한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덕 문제를 무시해야 하고(8.7%) 의사결정에는 윤리적인 면은 제외되며, 경제적인 면만 고려하면 된다고(16.7%) 생각하는 소비자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물론 사업가는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에 얽매여서는 안된다는 시각(48.5%)이 동의하지 않는 시각(16.5%)보다 강했으나,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 소비자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볼 수 있다.

◆'법이 곧 도덕'이라는 인식 상당해

기업윤리를 실제 인식에 적용해본 결과,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3.3%)이 법을 따르는 것이 도덕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여전히 ‘법이 곧 도덕’이라는 인식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층일수록 법을 따르는 것이 도덕을 지키는 것이라는데 동의하지 못하는 태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 법과 도덕을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법을 도덕의 기준으로 삼지 못할 만큼 법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전체 10명 중 4명(41.8%)은 윤리를 실제행동과 기대행동의 차이를 조정하는 것이라고 바라보기도 했다. 기업윤리가 이윤만을 쫓으려는 기업과 사업가의 욕망을 조금이나마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과거에 비해 노력이 공정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노력은 결국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된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데 동의하는 시각(34.6%)이 2014년(30.9%)보다 많아진 것이다.

특히 남성(38.6%)과 30대(38.4%)는 우리사회가 노력에 따른 공정한 결과를 보장하는 사회가 아니라는데 더 많이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주주들이 수익에만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14년 33.2%→16년 38.2%)도 증가했다. 사회전반적으로 수익과 이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약간이나마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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