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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완성도 높은 드라마에 목마른 시청자들 지상파 떠난다

입력 : 2016-07-24 05:00:00 수정 : 2016-07-22 15: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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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vs 케이블·종편 '리모컨 쟁탄전' 치열
드라마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은 전세계적으로 유별날 정도입니다. 힘들고 지친 하루의 끝에서도 드라마를 놓치지 않고 챙겨보면서 힘겨운 한 주를 버티는 삶의 '낙(樂)'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렇다 할 여가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손쉽게 취할 수 있는 휴식 방법이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드라마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드라마를 보는 눈도 까다롭고, 또 날카롭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전반적인 한국 드라마의 수준은 시청자들의 눈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뻔한 스토리와 진부한 소재, 헐거운 연출에 불만을 품은 시청자들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다행히도 최근 드라마 제작환경에 큰 변화가 생기면서 전반적인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케이블·종합편성채널이 참신한 소재와 완성도 높은 스토리, 화려한 캐스팅을 앞세워 기존의 지상파 드라마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다양한 종류의 방송 플랫폼이 생겨나고, 사전제작 방식이 도입되는 등 드라마 제작시스템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드라마 시청에 대한 전반적인 행태에 대해 살펴 봤습니다.

지상파와 케이블·종편채널 드라마의 시청 비중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의 소재가 참신하다는 평가는 지상파의 경우 17.3%에 불과한 반면, 케이블·종편채널은 77.7%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드라마 시청행태와 관련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비중이 케이블과 종편채널 드라마보다 여전히 높았지만, 전반적인 만족도에서는 케이블과 종편채널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지상파 드라마와 케이블·종편채널 드라마의 시청 비중은 각각 58.1%, 41.9%로 아직까지는 지상파 드라마를 좀 더 많이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젊은 층일수록 케이블·종편채널 드라마 시청비중이 지상파 드라마에 육박할 만큼 높다는 점에서, 향후 지상파와 케이블·종편채널의 ‘리모컨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

◆지상파 드라마는 '본방 시청' vs 케이블·종편 드라마는 '다시 보기'

지상파와 케이블·종편채널 드라마는 시청방식에서 확연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 10번 시청할 때 본 방송을 시청하는 비중은 5.3회, 다시 보기 방식으로 시청하는 비중은 4.7회로, 제 시간에 본 방송을 시청하는 경우가 좀 더 많았다.

그에 비해 케이블·종편채널 드라마는 본방 시청(4.4회)보다는 다시 보기(5.6회) 방식으로 드라마를 소비하는 경향이 보다 뚜렷했다. 또한 젊은 시청자들에게는 다시 보기 방식이 더욱 보편화된 드라마 시청방식이라는 것도 이번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보기 방식으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비중이 지상파와 케이블·종편채널 모두 젊은 세대에게서 높게 나타난 것이다.

시청자들은 지상파 드라마보다는 케이블·종편채널 드라마에 더 많이 공감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생활과 이야기를 자주 다룬다는데 동의하는 시청자(22.1%)가 적은 대신 일반적이지 않은 부유층들의 이야기를 자주 다룬다는 평가(74.7%)가 상당히 많았다.

반면 케이블·종편채널 드라마에 대해서는 절반 가까이(44.6%)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생활과 이야기를 자주 다룬다고 느끼고 있었으며, 일반적이지 않은 부유층들의 생활과 이야기를 자주 다룬다는 평가(29.7%)는 적은 수준이었다.

그만큼 케이블·종편채널의 드라마가 좀 더 일상적이고, 공감하기 쉬운 소재와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소재와 스토리 측면에서도 케이블·종편채널이 더 좋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 전체 77.7%가 케이블·종편채널 드라마의 소재가 참신하다는데 동의했으며,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47.9%)도 절반에 가까웠다. 스토리가 뻔하다는 평가는 20.5%에 머물렀다.

반면 지상파 드라마에 대해서는 소재가 참신하고(17.3%), 결말을 예측하기 어렵다(12%)는 긍정적인 평가를 찾아보기가 어려웠으며, 대부분 스토리가 뻔하다(75.6%)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캐스팅과 관련해서도 실력 있는 배우가 주로 캐스팅된다는 의견은 케이블·종편채널 드라마에서 많은 반면, 배우가 아닌 가수나 연예인이 배역을 맡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은 지상파 드라마에서 좀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10명 중 8명 "현실문제 사실적으로 다룬 드라마 선호"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통해 공감하는 지점은 결국 비슷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현실문제를 재미있게 풍자하는 드라마를 좋아하고(82.7%), 현실문제를 리얼하게 다루는 드라마를 좋아한다(82.1%)는데 동의했다. 사람들이 협력해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시청자들도 78.5%에 달했다.

또한 주인공이 어려움을 딛고 성공하는 드라마를 좋아하며(69.5%), 자신과 형편이 비슷한 사람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좋아하는(57.7%) 시청자들도 많은 편이었다. 주인공의 성공스토리를 다룬 드라마는 50대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40대가 특히 많이 좋아했다.

이에 반해 최근 재미있게 본 드라마는 부유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드라마라고 평가한 시청자는 24.1%에 그쳤다. 다시 말해 요즘 시청자들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62% "드라마에 PPL 광고 나오는 것 이해한다"

최근 부쩍 증가하고 있는 드라마 속 PPL 광고(간접광고)와 관련해서는 시청자의 62%가 드라마에 PPL 광고가 나오는 것을 이해한다고 응답했다.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 제작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높은 것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 젊은 시청자들이 PPL 광고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하지만 전체 82%가 요즘 드라마 PPL 광고가 너무 눈에 띄게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있다는 데서 알 수 있듯, 지나친 PPL광고의 등장에 대한 우려는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실제 많은 시청자들이 PPL 광고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드라마에 PPL 광고가 나오면 드라마 내용에 몰입이 잘 되지 않는다는데 절반 이상(52.8%)이 동의한 것으로, 동의하지 않는 의견(35.8%)보다 많았다.

드라마 중간에 광고가 나오는 것을 이해한다는 시청자(40.9%)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시청자(49.9%)보다 적었으며, 중간 광고가 나오면 드라마 내용에 몰입이 잘 되지 않는다는데 10명 중 7명(70.9%)이 동의했다. PPL 광고에 비해 이해도가 낮고, 시청 방해에 대한 공감은 더욱 큰 것이다. 아무래도 중간광고는 드라마의 극적인 순간마다 1분 가량 시청흐름을 끊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PPL 광고보다 더 큰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여진다.

◆PPL 보다 중간광고가 더 불편

가장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의 주제는 회사나 사회생활 등을 실감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든 이야기(55.3%·중복응답)와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54.5%)였다. 회사 및 사회생활을 실감나게 다룬 이야기는 40대가 가장 좋아했으며,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는 4050대 여성의 선호도가 높았다.

또한 △주인공이 범죄를 소탕해 정의사회를 구현하는 이야기(44.9%) △연인간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44.4%) △역사를 다룬 이야기(44.2%) △어려운 환경과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이야기(40.2%) △주인공이 상류층과 기득권층의 비도덕적인 삶을 파헤치는 이야기(35.5%) △병원에서 벌어지는 의사들의 이야기(32.9%)도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이야깃거리였다.

남성 시청자는 역사를 다루거나, 상류층과 기득권층의 비도덕적인 삶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반면 여성 시청자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어려운 환경과 역경을 이겨내는 성공 스토리는 50대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외국 드라마 선호도, 북미>영국>일본>중국 順

전체 응답자의 58.5%가 외국 드라마를 시청해본 경험도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만 한국 드라마와 외국 드라마의 시청비중을 살펴보면 한국 드라마의 시청비중(83.8%)이 외국 드라마(16.2%)보다 훨씬 높아, 아직까지는 외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시청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청경험이 가장 많은 외국 드라마는 흔히 ‘미드’라 불리는 북미(미국·캐나다) 드라마(87.5%·중복응답)였다. 그 다음으로 △영국 드라마(40.2%) △일본 드라마(35.7%) △중국 드라마(25.3%)를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외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이유는 공통적으로 스토리가 재미있고, 한국 드라마와는 다른 재미가 있어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북미와 영국 드라마는 영화 같은 ‘웰메이드’ 드라마가 많아 시청하는 사람들이 상당한 반면, 일본 및 중국 드라마는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드라마 시청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특징을 보였다.

◆'응답하라 시리즈', 최신작일수록 본방 시청 비중 높아

한편 과거를 배경으로 그 시대의 추억과 향수를 떠올리게 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모았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대한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8.3%가 한번쯤은 해당 시리즈를 시청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신작일수록 시청경험이 많았으며, 드라마 만족도는 세 작품 모두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한가지 주목할만한 부분은 시청방식의 변화이다.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시청률이 높아짐과 함께 본 방송 시청 비중도 높아진 것. 먼저 시리즈 첫 작품인 ‘응답하라 1997’의 경우 본 방송 시청(39.2%)보다는 다시 보기(60.8%)의 이용비중이 훨씬 높았다.

두번째 작품인 ‘응답하라 1994’에서는 다시 보기(52.5%)와 본방 시청(47.5%)의 격차가 좁혀지더니, 최신 작품인 ‘응답하라 1988’에서는 아예 본방 시청(53.4%)이 다시 보기(46.6%) 방식을 앞지른 것이다.

최근 들어 드라마의 소비행태가 ‘본방 시청’에서 ‘다시 보기’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작품의 경우 케이블·종편채널 드라마라도 여전히 본방 시청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무래도 방송 직후 빠르게 주변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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