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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上] "도전 두려워하는 우리 사회, '포켓몬 고' 못 나와"

입력 : 2016-07-23 08:00:00 수정 : 2016-07-20 17: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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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게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 속초에서는 비 오는 날에도 우산을 쓴 채 거리를 누비는 ‘포획자’들을 만날 수 있으며, 속초행 버스는 매진행렬이 이어진 지 오래다.

이웃 나라 일본은 더 기가 막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가 자사 매장을 ‘포켓몬 체육관(포켓몬 대규모 출현과 대결 등이 가능한 곳)’에 지정키로 닌텐도와 협약하면서 매출 증대를 위한 빠른 걸음을 보이고 있다.

PC와 모바일 게임 강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에서 ‘포켓몬 고’ 열풍을 지켜본 사람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국내 모바일 게임회사 개발자와 한국게임학회를 이끄는 교수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점심시간에 동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포켓몬 고’ 관련 기사나 ‘속초 어디 공원에 포켓몬이 나타난다더라’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속초로 휴가를 떠난다는 사람도 있고요. 어느 게스트하우스는 ‘피카츄가 잡힌다’고 홍보까지 한다던데요.”

세계일보와 만난 박상현(29)씨는 “직접 아는 사람 중에 속초에 간 이는 없지만, 회사 동료의 지인이 속초에 포켓몬 잡으러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의 한 모바일 게임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한다.

 

'포켓몬 고' 공식 홈페이지 캡처



박씨는 ‘포켓몬 고’의 인기 요인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우리나라 게임시장에서 접할 수 없었던 ‘차별성’과 포켓몬스터라는 강력한 ‘IP(Intellectual property rights)’ 덕분이라고 했다. IP는 지적 재산권을 말한다. AR 덕분에 밖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차별성,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포켓몬스터의 위력이 결합해 빚은 열풍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포켓몬 고가 인기를 끌면서 네티즌 사이에서 ‘한국형 포켓몬 고를 만든답시고 시간과 돈을 낭비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어떤 작품이 인기를 끄니, 그 작품을 따라 한다며 뒷북치는 모양새를 비꼬는 의도다.

박씨는 “그것(포켓몬 고)과 ‘같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맞다’고 한다”면서도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차별성을 띠는 게임을 만들어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만 놓고 따진다면 ‘시장의 흐름’과 다른 게임이 나오기는 힘든 현실이어서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속초행 버스에 오르는 승객들. / 사진=김경호 기자



박씨는 게임 개발자 중 한 사람으로서 국내 게임계의 현실도 진단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우리나라는 도전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큰 것 같습니다. AR이든 VR(가상현실)이든 새로운 기술과 접목해 게임을 발매했을 때, 한 번에 성공하는 작품을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도전과 실패로 기술을 쌓고, 더 좋은 게임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 현재 게임업계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박씨는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회사 존립을 지목했다. 게임 출시로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하면 회사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어서 대부분 게임업체가 ‘도전’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PC·모바일에 집중하는 게임 생태계로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포켓몬 고 열풍 기사마다 대형 게임회사를 지적하는 댓글을 많이 달고 있다. 그중 대부분은 ‘현질(현금으로 아이템 사는 행위)’ 유도하는 업체를 향한 분노 표출이다.

박씨는 “큰 기업일수록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며 “개발사가 ‘수익’만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는 건 아니지만, 기업이기 때문에 그렇게 방향을 이끄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면서 “도전적인 경영은 작은 기업에서 더 활발하다”고 덧붙였다.

 

'포켓몬 고' 트레일러 영상화면 캡처



‘세계적인 게임강국이 AR 앞에 무력해졌다’는 뉘앙스의 말도 여기저기서 들린 바 있다.

박씨는 “AR은 게임을 대표하는 기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R은 게임 개발 토대를 마련해주는 장치이지, 게임은 아니라는 뜻으로 보인다. 그는 “AR, VR 등에 게임을 접목할 때, 성공할만한 품질의 게임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씨는 “개인적으로 국내, 해외 모두 지금 같은 포켓몬 고 열풍은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며 “하지만 ‘애니팡’이나 ‘드래곤 플라이트’처럼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돼 꾸준히 플레이가 이어질 것 같기는 하다”고 했다.

박씨가 이번 포켓몬 고 열풍에서 ‘IP’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포켓몬 고를 출시한 회사에서 이전에도 비슷한 성격의 게임을 출시한 적 있습니다. 그때는 게임성만 가지고 시장에서 승부를 봐 매니아층은 생겼더라도 대중적인 사랑은 받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 ‘IP’를 게임업계에서도 이제는 다뤄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한국게임학회장을 맡은 이재홍 교수(숭실대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와의 이야기는 下편에서 이어집니다 *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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