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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투병도 서러운데 배움 기회도 잃어… '교육권' 보장해야

관련이슈 암 이후의 삶 홀로 싸우는 사람들

입력 : 2016-07-05 19:05:43 수정 : 2016-07-05 23:2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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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후의 삶] 홀로 싸우는 사람들 / '학업 고민' 소아암 생존자들
소아암을 앓고 있는 한 어린이가 병실에서 화상강의를 듣고 있다.
꿈사랑학교 학부모회 제공
현재 청소년인 소아암 생존자들의 큰 고민 중 하나는 학업 문제다. 학교를 떠나 치료에 전념하는 동안 학업이 뒤처질 수밖에 없고 치료 후 학교에 돌아가도 수업 진도를 따라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 교육청에서는 화상강의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학습 콘텐츠가 부족한 데다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이마저도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 소아암 생존자들은 어린 나이에 암 투병을 하는 것도 힘들고 서러운데 배움의 기회마저 박탈당한다는 상실감이 크다. 이들의 ‘교육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다.




◆학습지원의 양과 질 모두 낙제점 수준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암 치료를 위해 학교에 가기 어려운 소아암 생존자들은 소속 학교를 관할하는 교육청에 ‘건강장애아동’으로 등록한 뒤 화상 강의나 병원에 설치된 ‘병원 학교’를 통하면 출석을 인정받는다. 건강장애아동이란 ‘만성질환으로 3개월 이상의 장기입원 또는 통원치료 등 계속적인 의료 지원이 필요해 학교생활과 학업수행 등에 교육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장애인’을 말한다. 지난해 기준 건강장애아동은 소아암 환자 및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 등 1935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전국에는 건강장애아동을 위해 4개의 화상강의소(꿀맛무지개학교·인천사이버학교·꿈빛나라학교·꿈사랑학교)와 32곳의 병원학교가 운영 중이다. 초등학생은 1일 1시간 이상, 중·고등학생은 1일 2시간 이상 화상강의를 수강하면 출결이 인정된다. 그러나 현재 시스템만으로 학교 공부를 온전히 따라가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소아암 생존자 학부모인 서창범(46)씨는 “현재 건강장애아동에 대한 교육정책 목표는 최소한의 수업일수를 채워 ‘유급을 막는 것’에 불과하다”며 “강의 과목이 5개밖에 안 되고 콘텐츠도 부족해 양질의 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아암 생존자들이 유급을 간신히 면할 정도의 수준으로 학교에 복귀하면서 수업을 따라가는 게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학부모 한나영(43·여)씨도 “아이가 아프기 전에는 공부를 제법 했는데 1년 넘게 쉬다가 학교에 가니 수업을 힘들어한다”며 “진도를 못 따라가서 공부에 흥미를 잃고 있는 것 같아 아예 1년 유급을 시켜야 할지 걱정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정 탓에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한 뒤 검정고시를 보는 청소년도 많다.

여기에 교육청이 예산 문제로 내년부터 화상강의를 원격교육으로 대체하려 해 소아암 생존자와 학부모들의 시름이 더 깊어졌다. 화상강의는 모니터와 마이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업이 이뤄져 수업시간에 교사나 동급생들과도 직접 소통할 수 있다. 그러나 원격교육은 녹화해 놓은 강의를 학생이 선택해 보는 방식이다. 학부모들은 화상강의를 원격교육으로 대체하면 수업시간에 상호작용이 안 돼 아이들의 흥미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씨는 “학교를 못 가는 아이들은 외로움이 커서 화상강의로 친구들과 대화도 하고 선생님한테 질문하며 즐거워하는데 원격강의는 혼자 듣기만 해야 한다”며 “(소아암 생존자들의) 교육 접근권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적 건강장애센터 필요

치료 후 어렵게 학교에 복귀하면 화상강의마저 지원을 못 받는 것도 문제다. 학부모 이지혜(44·여)씨는 “아이들이 체력이 떨어지다보니 학교에 복귀해도 결석이나 조퇴를 자주 하는데 교육청은 학교와 화상강의를 병행할 수 없다고 한다”며 “일단 학교로 돌아간 만큼 수업을 잘 따라가는 문제는 학생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소아암 생존자인 김연우(23)씨도 “몇 달 동안 손에서 책을 놓으면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가 벅찰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모두 개인의 능력 탓으로 돌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소아암 생존자 학부모들이 나서 정부 등을 상대로 자녀들의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관심이 낮은 편이다. 화상강의소인 꿈사랑학교 학부모회는 병원과 학교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학교에 복귀한다고 바로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만큼 ‘치료 중-학교 복귀 전-학교 복귀 후’로 나눠 단계별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부모회 관계자는 “현재 소아암 치료는 암세포를 죽이고 재발을 모니터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치료 후 관리에 대한 프로그램이 사실상 전무하다”며 “‘건강장애아동 센터’를 만들어 화상강의도 관리하고 아이들 심리 상담 등 전반적인 문제를 다뤄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윤지로·김유나·이창수 기자
※실명 사용을 허락한 양근호·서창범씨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학부모의 이름은 가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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