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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취재] "짐이 되는 것 같아…" 암 생존자 후유증에 두번 운다

관련이슈 암 이후의 삶 홀로 싸우는 사람들

입력 : 2016-07-03 18:38:12 수정 : 2016-07-04 19: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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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후의 삶] 홀로 싸우는 사람들 / “암 치료 후 회복은 혼자 만의 몫… 절박함에 황토방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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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보고 싶지만 여길 나가기가 겁나요.”

지난해 위암 수술을 받은 김영미(60·여)씨는 6개월째 가족을 떠나 강원도의 한 암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 수술 후 체력이 약해져 집안일을 하기 힘들어진 탓도 있지만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식단 관리 등 주의사항을 알려주긴 했으나 치료에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것은 온전히 혼자만의 몫이었다.

김씨는 “수술은 잘 끝났지만 집에 혼자 있다 보면 겁이 났고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요양원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 오래 있다 보면 계속 집에 못 갈 것 같아 불안하다. 빨리 회복해 집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집에서 혼자 관리하다가 암이 재발할까봐 나가기 무서운 것도 사실”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김씨처럼 암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은 뒤 집 대신 암 요양원을 찾는 사례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암 생존자에 대한 회복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치료 이후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이 민간시설을 찾고 있는 것이다.


암 요양원 사이트에 나와 있는 입소 가격표. 건강식단과 황토방이 제공되며 입소 가격은 1인당 한 달에 300만원 내외다.
각 사이트 캡처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 달에 300만원’… 난립하는 암 요양원

암 요양원은 수술 전후, 항암치료를 받는 암 환자나 암 치료를 마치고 회복하는 이들을 위한 요양시설이다.

3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암 요양원’을 검색하자 ‘건강 식단’, ‘치유 프로그램’ 등을 내세운 사이트 수십개가 나왔다. 황토를 이용해 지은 시설이 많아 일명 ‘황토방’이라고도 불리는 암 요양원은 현재 전국에 수백 곳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요금은 한 달에 1인당 300만원 안팎이다. 보호자까지 동반하면 100만원가량을 더 내야 한다.

3년 전 유방암 수술 후 1년 동안 요양원에 머물렀던 이순영(62)씨는 “세끼 식사와 숙소가 제공되기는 하지만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아무래도 다들 절박하다 보니 ‘건강해지기만 한다면’이란 생각으로 찾는데, 요양원이 그런 심리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암 요양원이 입소 요금을 현금으로만 받는 데다가 한달 입소 비용을 선불로 받고 환불을 해주지 않아 피해를 입는 사람도 있다. 일부 요양원은 민박집 등을 운영하다 간판만 요양원으로 바꿔 달고 부실한 식단과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을 이용해 약이나 의료기기를 강매하는 사례 또한 적지 않다.


지난해 난소암 수술을 받은 뒤 3개월간 경기도 양평의 한 요양원을 이용한 박정애씨는 “‘200만원짜리 장판을 사서 깔고 자면 건강해진다’고 하거나 ‘미국에서 온 생명의 약’이라면서 한 달에 150만원 정도 드는 약을 사라고 하는데 요양원에 있으면 ‘사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환자들이 혼란스럽기도 하고 (요양원에) 의지를 많이 하는데, 그런 암 생존자를 착취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폐암 수술을 받은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셨던 한모(40)씨는 “요양원 관계자들이 전문 의료인이 아닌데도 ‘어떤 음식을 먹으면 암이 싹 낫는다’고 말해 아버지가 병원보다 그 사람들을 더 신뢰했다”며 “근거 없는 민간요법을 ‘암 극복 프로그램’이라며 수백만원을 요구하는데 요양원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하면 우리도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 병원비보다도 요양원에서 쓴 돈이 훨씬 많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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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프로그램 없어… 요양원으로 내몰리는 사람들

암 생존자들이 암 치료 후 다시 수백만원을 주고 요양원을 찾는 이유는 병원이나 지역사회에 마땅한 암 생존자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이 틈을 타 요양원 암 생존자 회복 프로그램이 ‘돈벌이 사업’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순영씨는 요양원 생활에 대해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산 후 몸이 바로 회복되는 것이 아니듯 암 치료가 끝난 뒤에도 회복기간이 필요한데 병원에서는 치료가 끝나면 환자 개인이 알아서 관리하라고 한다”며 “정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환자들이 요양원 이야기를 하면 ‘나도 가야 하나’란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할지 몰라 ‘울며 겨자먹기’로 요양원에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애씨도 “항암치료를 받은 병원 홈페이지에 암 생존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니 운영을 안 하고 있었다”며 “수술 후 도움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아 황토방에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윤지로·김유나·이창수 기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환자들의 이름은 가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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