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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표절·성추행… 시들어가는 교수들 윤리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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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6-07 14:37:32 수정 : 2016-06-07 14: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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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징계 강화해야" 국내 최고 지성으로 꼽히는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교수 2명이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로부터 뒷돈을 받고 가습기살균제 관련 연구 결과를 조작했다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교수들의 윤리 의식이 실종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각종 부정부패에 연루된 교수들에 대한 징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호서대 유모(61) 교수는 옥시로부터 2400만원을 받고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독성실험 연구 결과를 조작한 의혹이 제기돼 1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유 교수는 민·형사소송에서 옥시 측을 두둔하는 진술서를 여러 개 써 주고 2000만원을 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로부터 뒷돈을 받고 가습기살균제 원료 독성실험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호서대 유모 교수가 지난 1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수의과대학 조모(56) 교수도 지난달 24일 옥시로부터 연구 용역비 외에 1200만원을 받고 PHMG 독성실험 보고서를 유리하게 써 준 혐의(수뢰 후 부정처사 등)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서울대는 1일 조 교수를 직위 해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조작뿐 아니라 논문 조작도 적지 않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지난 4월 ‘천재 소년’ 송유근(19)군 지도 교수인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연구위원을 해임했다. 박 연구위원과 송군은 지난해 천체물리학 저널에 공동 발표한 논문이 연구 책임자인 박 연구위원의 2002년 학회 발표 자료를 표절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저널 측은 박 연구위원이 해당 자료를 많은 부분 그대로 쓰고도 인용 사실을 밝히지 않아 표절에 해당한다며 논문을 철회했다.

횡령은 더 비일비재하다.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며 연구 기자재 유통업자 A(44)씨를 통해 연구비 각 1억5700여만원, 1억3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사기 등)로 서울 사립대 공모(54) 교수와 지방 국립대 박모(52) 교수가 지난달 말 각각 벌금 2000만원, 3000만원을 선고받은 게 대표적이다.

여성 교직원이나 학생을 상대로 한 성추행도 끊이지 않는다. 서울의 한 사립대 A(53) 교수가 20대 여성 교직원을 상습 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지난 4월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게 단적인 예다.

이 같은 사례들은 대학 청렴도가 바닥을 기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올해 2월 발표한 전국 36개 국·공립대 청렴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5.88점에 그쳤다. 이들 대학에서 적발된 부패 행위는 연구비 횡령(44.7%)이 가장 많았고 △금품 수수(23.7%) △직권남용(18.4%) △공금횡령(10.5%) 등 순이었다. 이 중 교수가 저지른 부패가 76.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부정부패에 연루된 교수들에 대한 징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교육연구소 김삼오 연구원은 “대학이 외부 규제를 덜 받는 폐쇄적인 곳인 탓에 일탈해도 괜찮을 것이라 여기는 교수들이 생긴다”며 “부정부패가 적발되더라도 동료 교수가 처벌 수위를 정하다 보니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게 이런 태도를 강화한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우희종 수의과대학 연구윤리위원은 “대학에 성과급제가 도입된 뒤 연구 실적 등으로 유명해진 교수는 학내에서 재량권이 높아지는데 그런 권위에 익숙해지다 보면 도덕적 해이로 이어진다”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온정주의를 극복하고 징계 수위를 엄격하게 지켜 나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진영·남혜정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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