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외교부장은 중국의 부상과 함께 수교국이 급감한 대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원수 외교(정상 외교)’를 중점 정책으로 천명했다. 중국은 대만 신정부의 탈중국, 대만 독립화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어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5일 수도 타이베이에서 열린 집권 민진당과의 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리다웨이 대만 외교부장은 “대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원수(정상) 외교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타이베이=EPA연합뉴스 |
리 부장은 “‘원수 외교’는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 집권 시절 때 시작된 것으로 매우 유효한 수단”이라며 “양쪽 원수가 서로 얼굴을 마주대고 깊은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방식은 당연히 계승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 부장은 차이 총통이 대만 수교국 방문길에 미국을 거쳐가는(미국 경유) 문제와 관련, “신정부는 파나마운하 확장 기념행사 참석에 이어 파라과이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차이 총통의 미국 경유에 동의하는 문제 등을 포함해 세부 사항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만 언론은 차이 총통이 6월25일 미국 마이애미를 거쳐 대만의 수교국인 파나마, 파라과이를 방문한 뒤 귀국길에 대만 화교들이 많이 사는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에 들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대만 새정부의 독립 움직임에 대한 공세 수위를 전례없이 높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 관찰자망 등에 따르면 장즈쥔(張志軍)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은 전날 대만 기업인들과의 회담에서 “대만 독립의 길은 오직 죽음의 길”이라고 경고했다. 국무원 대만판공실 마샤오광(馬曉光)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마잉주(馬英九) 정부 시절 유지된) 외교적 휴전을 재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국제무대에서 대만독립 분열활동은 근본적으로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만에 대한 외교봉쇄가 재연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차이 총통 취임 이후 중국 정부의 공세수위가 노골적인 공개 위협, 경제적 압박 등으로 치닫자 중국 당국이 대만 신정부에 대한 관찰기를 일찌감치 종결하고 본격적인 실력행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베이징=신동주 특파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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