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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길을 묻다] 유입은 '고속' 포용은 '저속'… 다문화사회 장벽 여전

입력 : 2016-05-24 20:04:34 수정 : 2016-05-25 10: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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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 갈 길 먼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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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이 떠중이 외국인들 다문화마을 할 때부터 (도시가) 슬럼화됐다. 콘크리트 장벽으로 (외국인들을) 고립시키고 싶다.” 지난 1일 경기 안산 대부도에서 토막살인 시신이 발견되자 인터넷에 외국인 노동자를 비난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범죄 집단’, ‘무식한 놈’, ‘꺼져라’ 등 외국인들을 향한 집중 포화가 이어졌다. 그러나 경찰수사 결과 피해자는 물론 피의자도 모두 한국인이었다. 외국인에 대한 비난은 바로 ‘쏙’ 들어갔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반다문화사회’는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제주도 20대 여성 살인 사건 범인이 중국인으로 잡히자 “오원춘, 박춘풍처럼 잔인한 범죄는 모두 중국인 소행이다”, “제주도에 외국인이 너무 많아서 위험하다” 등 어김없이 외국인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년을 맞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단일민족국가’에서 ‘다문화사회’로 빠르게 위치이동 중이지만 다문화에 대한 포용과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부부의 날인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에서 열린 ‘해누리 세대이음 페스티벌’에서 다문화가족 부부의 전통혼례식이 열리고 있다.
◆다문화사회 가파른 진행… 여전히 ‘폐쇄적’


24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수는 174만명을 넘어섰다. 2006년 54만명이던 외국인 주민수는 10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 주민수 증가율은 연평균 14.4%로 주민등록인구 증가율(0.6%)에 비해 25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국 다문화가구수도 27만8036가구로 2012년(26만6547가구)에 비해 4.3% 늘어났다. 특히 만 9∼24세 자녀 수가 8만2476명으로 24%가 껑충 뛰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 대비 다문화가구의 비중은 1.3%에 달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다문화사회’로의 이행 속도는 빠르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준에서 보면 한국은 여전히 외국인 유입에 폐쇄적인 나라다. OECD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은 2.0%로 슬로바키아(1.1%), 헝가리(1.4%), 일본(1.6%) 등에 이어 끝에서 4번째다. 1위인 룩셈부르크(45.8%)가 국민의 절반이 외국인인 것과 대비된다. 10위권 밖에 있는 영국(7.7%), 스웨덴(7.2%), 덴마크(7.1%), 아이슬란드(7.0%), 미국(7.0%) 등과 비교해도 3분의 1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다문화사회를 대하는 자세도 20년 전과 변한 게 없다. 여성가족부의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서 결혼이민자·귀화자의 사회적 차별 경험 비율은 40.7%에 달했다. 오히려 혐오·기피시설을 꺼리는 님비(NIMBY) 현상처럼, 외국인 이웃 기피 현상도 두드러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외국인 노동자·이민자를 이웃으로 삼고 싶지 않다’는 질문에 31.8%가 동의했다. 이는 스웨덴(3.5%), 호주(10.6%), 미국(13.7%) 등 수치에 비해 최고 9배 이상 높다. ‘자국민 고용 우선’에 대해서도 스웨덴(14.5%), 독일(41.5%), 미국(50.5%)에 비해 높은 60.4%가 동의했다. 

그나마 우리나라 성인의 수용성 점수가 100점 만점에 53.95점으로 2011년보다 2.78점 올랐다. 4년 전에 비해 소폭 상승했지만 이 역시 ‘과거형’과의 비교에 따른 것일 뿐이다. 세계가치관조사협회의 ‘세계가치관조사’(2014)에서 한국의 다른 인종에 대한 수용성은 전체 59개국 가운데 51위에 그쳤다. 

◆“한국에 왔으면 한국문화에 따라야”… 일상화된 강요


외국인들은 이런 차별을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로 매일 마주하고 있다. 결혼이민 여성들은 ‘한국인’ 가족들에게도 멸시를 당하기 일쑤고, 그 자녀들은 학교에서 ‘왕따’에 괴로워한다. 이주근로자들은 회사 내 학대에 가까운 노동을 강요당하고, 피부색 다른 비아시아계 외국인들은 길거리를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마주한다.

필리핀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A(11)군은 “2년 전쯤 친한 친구 엄마가 친구에게 ‘쟤랑 놀지마’라고 말하는 걸 들은 이후에는 까맣다, 더럽다,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 정도에는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며 일상화된 차별을 털어놓았다. A군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늘 (한국인에게) 무시당하고 사이가 좋았던 적은 없다. 심지어 ‘한국인 아빠’도 술취하면 엄마와 나를 때리며 무시한다”고 자신을 한국과 분리해서 말했다. 

여성가족부와 복권위원회는 다문화가족 82만시대를 맞이하여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다문화가족과 시민들이 함께어울리는 "봄.만남.어울림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회에는 다문화 다국적 노래단인 "몽땅"과 결혼이민자 난타동아리 "다울림 공연단",소프라노 권미현씨와 테너 최기수씨,피아노 최은주씨 등이 출연하는 성악공연이 이어졌다.
서상배 선임기자
중앙아시아에서 유학 온 대학생 B(28)씨는 “한국인이 범죄를 저지르면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서 외국인 범죄는 외국인 집단의 문제로 몰고 간다”며 “사람들이 대놓고 말은 안 하지만 외국인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다르다는 것은 다 안다”고 비판했다. 과테말라에서 온 C(32·여)씨는 “버스 안에서 친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기사 아저씨가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했는지 ‘외국애들 왜 이렇게 시끄러워’라고 말했다”며 “목소리가 크지도 않았고, 우리에게 조용히 하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외국인이라 화풀이 대상으로 본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사회연구센터장은 “우리 국민의 다문화를 대하는 자세에는 ‘이중적인 평가’와 ‘일방적 동화’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고, 우리나라에 정착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이해보다는 “한국에 왔으면 한국문화를 따르라”는 일방적 강요가 강하다는 것이다. 안 센터장은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은 경제적 위기와 정치적 선동 등이 함께 합쳐질 때 외국인에 대한 범죄로 번질 수 있고, 거꾸로 차별받던 외국인이 범죄자가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지속적인 교육과 사회문화적 캠페인 등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비합리적인 비난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사회적 기준으로 자리 잡아야 시민들의 자율적 규제로 ‘반다문화 인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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