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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입양 가로막는 입양특례법 빨리 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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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11 20:58:37 수정 : 2016-05-11 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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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거의 한 명꼴로 아이들이 ‘베이비박스’에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베이비박스란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작은 상자를 말한다. 2009년 말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처음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이후 지난해까지 이곳에 버려진 아이는 945명에 이른다. 2011년 37명이었으나 새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이듬해인 2013년 252명으로 폭증했다. 지난해에도 278명이 작은 상자 안에 버려졌다. 유기 아동과는 반대로 국내외 입양은 크게 주는 추세다. 같은 기간 2464명에서 1057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어제 11번째 입양의 날을 맞은 우리나라의 입양 현주소다.

유기 아동이 늘고 입양아는 되레 주는 이유는 2012년에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등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바꾸면서 미혼모들이 신원 노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기를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려야 하므로 미혼모라는 신분이 기록에 남는다. 이런 ‘주홍글씨’를 우려한 미혼모들이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버리는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입양 문화를 바로잡는다는 새 법의 취지에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적지 않다. 문제는 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덜컥 시행하다보니 오히려 부작용이 커졌다는 점이다. 입양 급감 외에도 아기 밀거래와 같은 불법행위가 활개를 친다. 출산 사실을 숨겨야 하는 미혼모와 입양 사실을 감추기를 원하는 양부모 사이에 브로커가 개입해 아기를 사고파는 반인륜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모두 새 법이 시행된 이후에 나타난 후유증이다.

우리나라가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벗고 국내 입양을 늘리자면 입양에 부정적인 사회 인식의 변화 등 개선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입양 가정에 주는 월 10만원의 정부 지원금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입양을 가로막는 입양특례법을 수술하는 일이다. 미혼모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밝히지 않고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익명출산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독일은 자녀의 출생기록부에 친모의 가명만 기록한 뒤 자녀가 16세가 될 때까지 친모의 신원을 중앙기관에 밀봉해 보관한다. 체코에선 18세 이상이면 비밀 출산을 요청할 수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입양특례법의 재개정은 빠를수록 좋다. ‘생명의 유기’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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