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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뿌리찾아 연간 3000명… 입양인 실태 아나

입력 : 2016-05-11 18:39:56 수정 : 2016-05-11 21: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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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이상이 76%로 교육수준 높음, 63.2%는 연봉 4만달러 이상….’

보건복지부가 펴낸 해외입양인 실태와 관련해 유일하다시피 한 심층 정책보고서 ‘국외입양인 실태조사’의 주요 내용이다. 400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최근 해외입양인의 국내 방문 러시 실태를 취재하면서 마주한 실태와 너무 동떨어진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준영 사회부 기자
의문은 오래지 않아 풀렸다. 보고서 작성의 바탕이 된 기초 조사가 시쳇말로 ‘가관’이었다. 조사 표본이 1039명이었는데 이 중 155명은 국내 입양인 관련 행사에 참석한 입양인이었다. 나머지 884명은 온라인 설문 참여자였다. 자비로 방한해 며칠간 체류할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입양인을 대상으로만 조사했다는 얘기다. 정부가 관련 정책을 짤 때 참조했을 만한 보고서 자체가 졸속으로 만들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입양인 실태조사를 벌인 선진국의 경우 수만∼수십만명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벌인다. 조사 대상자 관련 단순 수치 비교부터 정신질환이나 범죄율과의 상관관계까지 따진다. 성장기 내내 정체성 혼란과 현지 적응 문제로 고충이 큰 입양인의 시각에서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려는 정부 차원의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해외입양인과 이들을 돕는 단체 등에 따르면 제대로 된 제도와 절차가 없었던 시절 입양된 수많은 아동이 양가정의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다 파양되거나 비정상적인 가정을 전전하며 힘들게 산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일부 해외입양인의 성공스토리는 말 그대로 ‘일부’라는 것이다.

어찌 됐든 자신의 정체성과 실존의 혼란을 해소하려고 친가족을 찾아 모국을 방문하는 입양인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허탕을 치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고아 수출대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는 데 일조한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 이를 위해 ‘반쪽짜리 보고서’는 폐기하고 실태 파악부터 제대로 하기 바란다. 

김준영 사회부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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