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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면역체계까지 관여하는 내 몸 속의 미생물 세계

입력 : 2016-05-06 19:42:13 수정 : 2016-05-06 19: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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롭 나이트·브렌던 불러 지음/강병철 옮김/문학동네/1만2800원
내 몸속의 우주/롭 나이트·브렌던 불러 지음/강병철 옮김/문학동네/1만2800원


부모라면 아이에게 최선의 조건을 마련해주려 한다. 부모가 저마다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생각해도 소아과 교수인 저자의 경우는 특이했다. 그는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에게 아내의 질 속에서 체취한 검체를 묻혀 주었다. 피부, 양쪽 귀, 입속 등 구석구석에 말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자연분만으로 태어나는 아이는 엄마의 산도를 빠져나오면서 미생물을 묻힌다. 저자는 “미생물들이 신생아의 몸을 완전히 덮어 외부 세계로부터 보호해 줄 막을 형성한다”고 믿고 있다. 제왕절개의 경우 이런 과정이 생략이 되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나자 독특한 행동을 한 것이다. 저자는 “(임신 중) 적응해 온 미생물에 노출될 기회를 잃는다면 건강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모기에 유독 약한 사람들이 있다. 같은 방에서 자도 남들과 달리 모기에게 뜯기기 일쑤인 사람들이다. 이런 ‘희안한 신체 현상’의 원인은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모기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다양한 체취를 만든다. 좋아하는 체취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이 많은 사람이 제물이 되는 것이다.

미생물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처럼 크다.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인간 유전자는 약 2만개, 미생물 유전자는 200만∼2000만개에 이른다. 유전자적 관점에서 신체의 99%를 차지하는 것은 미생물인 셈이다. 미생물의 영향이 작다고 하면 오히려 이상하다. 저자는 “사실상 미생물은 인간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저자는 미생물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두루 살피면서 인간의 정신도 포함한다. 면역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뇌와 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정신도 미생물의 영향권 아래 놓인다는 것이다. ‘오실리박터’라는 미생물은 신경전달물질인 ‘GABA’와 작용이 비슷한 천연 신경안정제를 생산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자폐증을 가진 어린이들은 여느 어린이들과 다른 장(腸)내 미생물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미생물이 사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많다. 저자는 그래서 많은 부분을 ‘가능성’의 영역에 두면서도 미생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준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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