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황종택의신온고지신] 의관지도(衣冠之盜)

관련이슈 황종택의 新 온고지신

입력 : 2016-05-04 21:52:20 수정 : 2016-05-04 21:52: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땀’의 가치는 무겁고 크다. 아니 고귀하다. 반면 일하지 않고 버는 불로소득은 가볍고 작기 그지없다. 그래서인가. 중국 당송 팔대가 중 한 명인 대문호 소동파는 “아무 까닭 없이 천금을 얻는 것은 큰 복이 아니라 반드시 큰 재앙이 있을 것이다.(蘇東坡曰 無故而得千金 不有大福 必有大禍)”라고 일갈했다.

사리가 이러하기에 부를 쌓아도 방법이 정당해야 한다. 하물며 공복(公僕)인 관리가 부정한 방법으로 축재를 하는 것은 사회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큰 범죄다. 물론 관리의 비리 역사는 짧지 않다. 조선에선 아예 부패한 관리를 ‘낮도둑(晝賊)’이라고 불렀다. 명종, 선조 때의 문신이자 청백리인 이기(李?)는 함경도의 수령들이 가혹한 징수와 혹독한 형벌을 일삼아 낮도적이라 불렸다고 문집 ‘송와잡설(松窩雜說)’에 실었다. 또 성균관에 대해선 ‘조정에서 낮도둑을 모아서 기르는 곳(朝廷聚會晝賊而長秧之處)’이라고 기록했다며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이를 인용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명나라의 학자 장한(張瀚)은 ‘송창몽어(松?夢語)’라는 저서에서 “관복 입은 도적을 제거하기는 어렵다(去中國衣冠之盜難)”라고 강조했다. ‘갓 쓴 도둑’이란 말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높은 뜻을 품고 사는 진정한 벼슬아치인 줄 알았는데 실은 의관(衣冠)을 갖춘 도둑(之盜)이라는 말이다.

이 같은 악습이 오늘날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음이 재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몇 년째 말레이시아, 필리핀, 중국 등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정치경제리스크컨설팅시(PERC)는 한국사회에서 인허가, 규제·검사기관 등에서 뇌물관행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보고서를 낸 것이다. 본분을 망각한 일부 정치인과 관리의 일탈이 전체 공직자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있다. 청렴사회가 언제쯤 구현될까. 아니, 가능하기나 할까.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衣冠之盜 : ‘비리를 저지르는 벼슬아치’라는 뜻.

衣 옷 의, 冠 벼슬 관, 之 갈지, 盜 도적 도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