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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용산공원을 기어이 누더기로 만들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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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29 17:54:43 수정 : 2016-04-30 02: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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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어제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 공원 조성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아리랑무형유산센터, 국립과학문화관 등 문화·체육시설을 유치하는 방안을 놓고 각계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미군기지 이전이 끝나는 내년 말부터 2027년까지 243만㎡의 공원 조성을 위한 요식 절차다.

정부 조성안에는 문화시설이라는 명목 아래 8개 부·처·청의 시설이 들어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나마 신청이 들어온 18개 시설 중에서 추려낸 것이 이 정도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연면적 3만3327㎡의 국립과학문화관을 짓고, 여성가족부는 일본군위안부 역사관이 포함된 국립여성사박물관을 세운다. 경찰청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립경찰박물관을 이곳으로 이전한다. 문화재청은 아리랑무형유산센터, 산림청은 이름도 생소한 아지타트 나무상상놀이터를 만든다고 한다.

정부의 구상을 보면 한마디로 말문이 막힌다. 미국의 센트럴파크에 버금가는 명품 국가공원을 만들겠다던 그간 정부의 다짐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찰청과 산림청의 시설이 들어서야 명품 공원이 되는가. 이들 시설이 공원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마치 밥상을 차리겠다고 하니 너도나도 숟가락부터 얹는 꼴이다. 거창한 국가공원 어젠다는 사라지고 부처이기주의만 판치는 형국이다.

용산공원 부지는 이미 상당 부분 잠식이 된 상태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글박물관이 둥지를 튼 데 이어 향후 미국대사관이 이주하고 한미연합사령부, 헬기장, 드레곤힐 호텔도 이곳에 잔류할 예정이다. 한·미 외교안보 시설로 공원 부지가 크게 주는 마당에 정부 부처까지 나서 야금야금 차지하겠다고 하니 국가공원을 누더기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진배없다.

국토부는 공청회에서 “용산공원을 자연과 문화, 역사와 미래가 어우러지는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2848억원을 들여 8개 시설을 공원 안에 들여놓겠다는 국토부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용산공원은 애초 구상대로 남산과 한강을 잇는 시민들의 녹지공간이자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돼야 한다. 꼭 필요한 문화·휴식 시설은 기지 내 지하공간을 활용하고, 역사성이 없는 지상의 기존 건물도 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용산공원을 수도 서울과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명품공원으로 만들려면 정부 부처 시설이 난립하는 조성안을 당장 백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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