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어린 것들이 무슨 주식투자?…청춘만의 강점 살리면 우리도 '고수'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6-04-25 11:45:58 수정 : 2016-04-25 17:06: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대학생들의 주식투자가 늘고 있다. ‘어린 것들이 무슨 주식투자’냐는 까칠한 시선도 적지 않지만 20대들 만의 톡톡 튀는 감각을 가지고 트렌드를 감지하고 현장을 발로 뛰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밀접한 서비스 기업에 대한 분석은 20대가 뛰어날 수 있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대학 시절부터 직접 투자에 대한 경험을 쌓아야 금융 이해도가 올라가고 자산관리능력을 키울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양대 증권투자동아리 회원들이 주식 시장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한양대 증권투자동아리 제공

◆‘애니팡’ 뜨자 “주식투자하면 되겠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20대 주식투자자 수는 46만명으로, 전년 대비 32%(11만명) 급증했다. 보유주식 비중도 37.5%로 늘어났다. 다른 연령과 비교해 주주수와 보유주식수 증가폭이 가장 크다.

대학생들이 주식투자에 발을 들여놓게 된 사연은 다양하다. 고려대 가치투자연구회 RISK의 김정엽(24·경영학)씨는 서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우연히 만난 책이 계기가 됐다. 군 제대 후 서점아르바이트를 하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가 눈에 띄었다. 책을 읽은 후 펀드매니저의 꿈을 갖게 된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 500만원을 종자돈으로 주식투자에 발을 들여놨다.

통학을 하다가,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투자 기회를 찾은 경우도 있다. 서울대 투자연구회(SMIC) 봉철우(24·건축학과)씨는 지하철에서 너도 나도 모바일게임 ‘애니팡’을 하는 모습을 보고 문득 ‘애니팡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을 텐데 주식투자를 한다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봉씨는 “술집에서 과일 소주가 잘 팔리는 것을 보고 주류 브랜드 ‘무학’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친구도 있었다”며 “그 친구는 30~40% 주식투자 수익을 남겼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동국대 금융투자동아리 RICH의 김현중(24·통계학)씨 역시 주변에 대한 집요한 관찰력이 투자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경우다. 그는 최근들어 치과치료를 자주 받으시는 아버지를 보며 "고령화가 심화하면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겠다"는 생각에 우연히 치과용 엑스레이 전문업체 ‘바텍’에 대한 심층 조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직접 해당 기업에 대한 정보를 발로 뛰며 모으고 분석해 투자를 한 결과 10개월간 70프로가 넘는 주가 상승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의 투자에 대한 실전 경험과 열정을 높이산 금융사들은 투자 동아리 학생들에게 일자리 기회를 먼저 제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김현중 씨는 “요즘 증권사는 채용시 높은 학점보다 투자 실전경험과 열정을 높이 사는 편”이라며 “같은 동아리 한 친구는 동아리 활동으로 올바를 투자전략과 원칙을 수립해 꾸준한 수익률을 거뒀고, 이러한 경험이 토대가 돼 모 방송사 투자연구원직 제의를 받았다”고 전했다.
동국대학교 실전투자동아리 리치 학생들이 투자 세미나를 열고 있다. 동국대학교 리치 제공

◆‘신상품이 뜬다’…명동 돌아다니며 찾는 투자 아이디어

젊은 청춘들답게 신상품이 나오면 먼저 써보고 먹어보는 등 몸으로 부딪쳐가며 투자 방향을 고민한다. 특히 화장품, 식품, 게임 및 방송 콘텐츠, 학원 등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B2C(Business to consumer) 기업분석은 실제 소비자인 이들이 강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형 증권사들이 주목하지 않는 알짜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발로 뛰며 정보를 얻는다.

“중국인이 자주 찾는 상품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명동 매장을 직접 찾아가 중국인들의 반응을 관찰한다”는 김정엽씨는 “새로운 식품이 출시되면 먹어보는 등 기업 가치를 피부로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봉철우씨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토론을 한다”며 “이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폭넓은 시각에서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바이오,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해 있는 선배들을 초청해 심층적인 정보를 나누고 피드백을 받으며 투자에 활용한다”고 귀띔했다.

한양대 증권투자동아리 김준영(23·경제금융학부)씨는 “수업을 통해 배우는 다양한 교과목을 융합해 주식투자에 적용해볼 수 있다”며 “요즘 같은 저성장 국면에서는 투자할 때 국가별 자산배분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각 나라의 경제사이클 및 연계성과 국제유가, 금 가격 환율 등의 연쇄작용을 심화해서 공부하는 데 전공과목들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부모가 부자여서 몇 천만원 고액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용돈을 모아 투자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준영씨는 “용돈을 한 한기만 착실히 모아도 몇 십만원은 충분히 된다”며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우량주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적은 돈으로라도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 자체가 흥미를 붙이는 데 중요하다”며 “모든 사람이 고령화시대에 돈 문제를 껴안고 살아야 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경제금융상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가치투자연구회 RISK가 사후면세점 엘아이에스의 헛개제품 매장 ‘원간보’를 탐방한 뒤 작성한 보고서 일부. RISK 제공

◆금융이해력 키울 수 있는 기회

전문가들은 원칙만 지킨다면 대학 시절 금융투자 경험이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희숙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돈을 빌려서 과도하게 투자를 하지 않고 여윳돈으로 적당한 수익을 설정해 투자한다는 기본원칙만 잘 지킨다면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도 “예전보다 젊은층 사이에서 금융이해도가 올라간 것 같다”며 “초중고등학교 때 금융교육을 체계적으로 받고 대학에서도 소비자들의 금융교육을 증진시킬 수 있는 수업들을 보다 활발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