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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주변 숲도 중요한 수행공간… 보존·복원 시급”

입력 : 2016-04-13 03:32:31 수정 : 2016-04-13 03: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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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림 탐방단장 박희준 대진대 교수 “이상기후로 서어나무는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데, 소나무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지요. 딱따구리는 나무를 쪼아 자기 집도 만들지만, 집을 만들 줄 모르는 동고비에게 자신의 집을 내주는 착한 새입니다. 2만5000그루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남한산성의 송림은 지역주민들이 키우고 가꾼 의지의 산물이지요. ”

최근 남한산성에서 제1차 사찰림 탐방행사를 진행한 탐방단장 박희준(50) 대진대 생명과학과 겸임교수의 말이다. 이번 행사는 한국사찰림연구소(이사장 종수스님)가 한국 사찰림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육성 등을 위해 마련했으며, 숲해설가와 일반인 등 20여 명이 참가해 남한산성 내 개원사~장경사~망월사 경내와 주변 사찰림을 둘러봤다. 사찰 숲의 생태와 식생에 해박한 박 교수는 국내 1호 불교식물 전공자이기도 하다. 사찰림 탐방은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연계해 갈 수 있는 서울 근교 사찰을 선정해 올 한 해 동안 매월 열린다.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일부 불자들까지도 사찰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불자와 타 종교인, 일반 대중들에게 사찰림에 대한 안목을 넓혀주고, 이를 통해 불교의 생명윤리를 널리 펴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지요.”

박희준 교수는 “사찰림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즐기면서 그 안에서 하루 종일 머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유익한 탐방이 되도록 숲의 스토리텔링을 엮어낼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찰림은 저마다 특징이 있고 식생환경이 달라, 참가자들은 숲의 변화를 살펴보며 큰 즐거움을 느낀다. 궁극적 목표는 대자대비로 이어지는 불교이념의 구현이다. 박 교수는 지난 3월 1차 탐방에서 숲의 생태적 요소를 접목해 참가자들에게 궁금증을 풀어주고 재미를 안겨줌으로써 관심과 호응을 높였다. 차후에는 역사와 문화 부분도 보완해 숲에 대한 대서사시를 엮어낼 계획이다.

“2011년 5월 작고한 사찰생태연구소 김재일 대표님을 만나면서 사찰림과 관련된 탐방과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 대표님은 평소 사찰림에 대한 조사와 기록이 필요함을 강조했고, 현장에서 이를 실천한 선구자였지요.”

박 교수는 수년간 김 대표를 따라다니면서 불교의 생명윤리 사상을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한다. 한국사찰림연구소는 대한불교조계종 법인법 제9조에 의거해 불교이념 구현을 목적으로 2014년 2월 설립된 산림청 소관 연구기관이다. 한국 사찰림의 지속가능한 보존·육성·복원과 효율적인 활용기반 확립이 그 목표다. 사찰림의 전문적인 보호체계와 DB 구축, 정책연구도 진행하고 있으며, 산림문화교육단과 사찰림탐방단 등을 두어 사찰문화와 사찰림에 대한 교육과 탐방 등 활동을 펴고 있다.

“지금까지 사례가 없었던 사찰림 연구라는 큰 과제를 안고 이제 막 걸음을 뗀 단계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6·25전쟁 당시 폭탄이 전국을 뒤덮어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다행히도 전통사찰이 있는 지역의 사찰림은 주변 숲에 비해 훨씬 좋은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원로 스님들 말씀을 들어보면 사찰마다 산감 스님을 두어 도벌을 막고, 숯을 굽는 숯가마나 자기를 굽는 사기막에서 마구잡이로 나무를 잘라가는 것을 막았지요. 불가에서 사찰림은 사찰 못지않은 중요한 수행공간입니다.”

그러나 사찰림 관리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관리인력이 부족한 데다 전문성도 떨어진다. 또 지자체의 경제논리에 따른 전통사찰의 관광지화도 문제다. 설악산 절경으로 꼽히는 봉정암 근처로 케이블카를 가설하려는 발상이 그 예다. 사찰림 파괴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사찰이나 종단에서 전문성 있는 사찰림 관리인력을 확보하고, 사찰림 현황조사와 가치평가를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론이다. 그는 각 사찰에서 불사를 할 때 경내 조경이나 사찰림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찰림은 우리 민족의 위대한 자산입니다. 예컨대 월정사와 상원사를 품은 오대산이 그 하나로 오롯한 ‘자연문화유산’이지요. 현대에 이르러 사찰림의 공익성이 더욱 크게 강조되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즐기면서 그 안에서 하루 종일 머물며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했다. 사찰림의 가치를 더욱 높이려면 사찰 측 노력과 함께 이용자들도 예의와 배려심을 가져야 한다. 박 교수는 탐방을 통해 그 방법을 알릴 계획이다. 올해 처음 시도되는 사찰림 탐방은 여름방학 기간인 8월을 제외하고 매월 3번째 토요일에 진행된다.

정성수 문화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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