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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지방 = 못된 음식’ 억울한 누명 벗다

입력 : 2016-04-08 20:11:21 수정 : 2016-04-09 01: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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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 먹는 이누이트 부족
식단에서 지방 80% 달해
케냐 북부 삼부르족 남성
날마다 2∼7ℓ 우유 마셔
니나 타이숄스 지음/양준상, 유현진 옮김/시대의창/2만2500원
지방의 역설-비만과 콜레스테롤의 주범 포화지방, 억울한 누명을 벗다/니나 타이숄스 지음/양준상, 유현진 옮김/시대의창/2만2500원


우리는 식단에서 기름진 음식, 특히 포화지방을 줄이려고 애써왔다. 포화지방 섭취가 비만의 원인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심장질환, 비만, 당뇨 등의 성인병과 지방질 음식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입증되었을까? 아니다. 분명히 밝혀진게 없음에도 그렇게 믿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의 영양학계 흐름을 보면 지방이 건강에 더 유용한다는 연구 성과물들은 널려 있는데도 대부분 외면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지방에 대한 상식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밝혀낸다. 미국 예일대와 스탠퍼드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탐사보도 전문가로서 지난 9년여 동안 이에 관한 수천 건의 학술 논문, 공무원·기업 임원 인터뷰 등을 망라해 이 책을 썼다. 지난 60년간 권장된 저지방 식단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통제되지 않은 시험’이었다고 비판하면서 그 오류를 지적한다.

지방질 음식이 건강 악화의 주원인이라고 지목한 시대는 주로 1950년대 초엽부터였다.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격무에 시달린 나머지 지병인 심장발작이 도졌다. 오비이락 격으로 그 무렵 심장질환자들이 폭증했다. 원인 분석에 분주했던 학자들은 식이지방, 특히 포화지방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들은 ‘식단심장가설’을 내세운다. 지방질 음식과 콜레스테롤 식단이 심장병의 원인 아니냐는 가설이다. 이는 제대로 검증되기도 전에 정설로 널리 퍼졌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커넥션이 깔려 있었다. 검증도 되지 않은 가설이 확산되면서 돈 벌 궁리를 하던 자본가들은 식물성 식품 개발에 거금을 투자했다. 덩달아 미 국립보건원도 대통령의 심장질환 원인이 지방질이라는 가설 아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공중보건을 담당하는 관료들은 이 가설을 채택해 도그마로 만들면서 현재와 같은 영양학의 왜곡이 벌어졌다는 게 저자의 비판 요지다.

뉴욕타임스 매거진과 시사주간 타임 등 미국의 주요 언론 매체들이 지방질 음식이 건강의 위험 요소라는 보도를 쏟아 내면서 영양학 왜곡을 부추겨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대의창 제공
애초 권장식단이란 그 사람의 몇 년간 식습관을 관찰하고 건강 상태가 어떠한지 추적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다. 그런데도 연구자들은 충분하지 않은 자료를 근거로 그럴듯하게 식물성 위주의 식단을 꾸며야 했다. 연구자들의 이러한 ‘적당한’ 타협은 결국 많은 영양 정책의 실패를 초래했다.

저자는 식물성 식단이 발육기 어린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 연구 결과를 학회지에 실으려 했다가 실패한 사실을 당시 미 소아학회 연구자들을 인터뷰해 들춰낸다. 영양학계 연구자들은 지방질 음식이 성인병의 원인이라는 성과물들을 내도록 압력을 받곤 했다.

북극 지방의 이누이트 부족은 1년 중 6~9개월은 순록만 먹고 1개월은 달걀, 나머지 기간은 연어만 먹는다. 이들은 순록 고기에서도 지방 조직을 가장 선호하고 안심처럼 기름기가 적은 부위는 버렸다. 이들의 식단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70~80%에 이른다. 그런데도 심장질환이나 비만 없이 건강하게 살아간다. 케냐 북부 삼부르족 남성은 하루 2~7L의 우유를 마시고 1~2㎏의 육류를 곁들인다. 마사이족도 3~5L의 우유에 양고기, 염소고기, 소고기를 규칙적으로 먹지만 두 부족 모두 혈압과 체중이 미국인에 비해 50%나 낮다. 이는 지방, 특히 포화지방이 심장질환이나 비만, 암을 유발한다는 가설에 정면 배치된다. 인류학적, 역사적 기록을 보면 인류는 동물이 가장 살찌는 계절에 사냥해왔고 가장 기름진 부위를 먹으려 했다.

저자는 결론에서 지방질이 많은 기름진 음식을 ‘못된 음식’이라고 단정한 배경에는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학자들의 고집, 대자본가들의 이권, 이들과 정부 관료 간의 커넥션이 도사리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에따라 전혀 검증되지 않은 사안임에도 저지방 채식 위주의 식단이 최고라는 생각이 널리 확산됐다는 것이다. 최근 20여 년 전부터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포화지방의 ‘혐의’가 벗겨졌지만, 지금도 포화지방을 경원시하고 있다. 이는 과학이 아니라 편견이고 타성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육류나 달걀, 치즈, 우유를 배척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 그 맛있는 음식을 죄책감 없이 다시 식탁에 올려야 할 때다. 지금보다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해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책 출간이 혹 육류나 가금류 업자들의 사주에 의한 것인지 의심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단연코 이를 부인한다. 책에 나온 실명 인사들은 사주받고 인터뷰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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