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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과 보복'…TK '유승민 vs 박근혜 대결' 구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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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24 00:22:00 수정 : 2016-03-24 10: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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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탈당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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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이 23일 총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대구 선거 구도는 ‘유승민 대 박근혜’ 구도로 재편될 조짐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비박(비박근혜)계 후보들과의 선거연대와 그에 따른 판세 변화에도 관심이 모인다.

유 의원은 이날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의’를 8차례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번 새누리당 공천을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라고 규정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의 노골적인 공천 배제에 따른 순교자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의 단초가 됐던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강조했고, 원내대표 사퇴 당시 청와대와 친박계를 자극했던 ‘헌법 1조 2항’도 다시 거론했다. 그의 무소속 출마가 박 대통령과의 정면승부로 해석되는 이유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밤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대구 동구 화랑로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 들어서자 지지자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과 유 의원 두 정치인의 희비도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 의원이 당선돼 여의도에 되돌아 올 경우 임기 2년 남은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은 공천 개입 논란 우려에도 지난 10일 자신의 고향이 대구를 방문하며 친박 후보들을 우회적으로 지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통화에서 “유 의원이 당선된다면 임기 말 박 대통령의 TK(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 의원이 당선된다면 그를 발판으로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다. TK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부상하게 되며 향후 정치 입지를 확대하는 데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수의 적자, 대구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지칭했다.

승리의 열매가 유혹적인 만큼 패배는 치명적인 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의원이 이번 승부에서 패배할 경우 정계 은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역에서도 유 의원의 입바른 소리가 박 대통령에 대한 배신으로 해석될 수 있다. 친박계가 대거 공천을 받은 상황에서 차기 대선뿐만 아니라 정치 재기를 노리는 것조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를 반기는 쪽은 이번 공천에서 탈락한 비박계 의원들이다. 공천 피해자의 상징으로 떠오른 유 의원과 연대를 통해 기호 1번을 포기한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유 의원은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경선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진다”며 “제가 동지들과 당으로 돌아와 보수개혁의 뜻을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 뜨거운 지지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함께 한 비박계 공천 탈락자들과 적극적인 연대를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유계인 권은희(대구 북갑),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김희국(대구 중남구), 류성걸(대구 동갑) 의원 등과 수도권 비박계 공천 탈락자가 대상으로 떠오른다.

이번 공천 파문으로 인해 수도권 선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지도부가 유 의원의 공천을 요구한 것도 역풍을 우려해서다. 한 비박계 의원은 “선거 운동을 다니다 보면 당 공천 문제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표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

■유승민 의원 탈당 및 무소속 출마선언 요지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저의 고민은 길고 깊었습니다. 공천에 대하여 당이 보여준 모습. 이건 정의가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상식과 원칙이 아닙니다.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일 뿐입니다. 2000년 2월 입당하던 날부터 오늘까지, 당은 저의 집이었습니다. 그만큼 당을 사랑했기에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2011년 전당대회의 출마선언, 작년 4월의 국회 대표연설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내용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당의 정강정책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저의 노선과가치가 옳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습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권력’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2항입니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오늘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정든 집을 잠시 떠납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습니다.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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