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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아이는 소유물 아닌 인격체… 부모역할 교육 꼭 필요"

입력 : 2016-03-23 19:27:01 수정 : 2016-03-23 22: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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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 부모교육 가보니
사진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말할 줄 모르는 애는 때리지 말고 말할 줄 아는 애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할 줄 모르는 애는 때려도 소용이 없고 말할 줄 아는 애는 말로 하면 알아듣기 때문이지요.”

23일 서울 중구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열린 부모교육에 참여한 20여명의 엄마는 강사의 지적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부모교육은 아동기 자녀 양육을 위한 부모의 역할과 대화법, 자녀의 자존감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부모의 역할 부분에서는 최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아동학대 등이 포함됐다.

영유아나 청소년 자녀를 둔 엄마들이 23일 서울 중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 및 건전한 가족관계를 위한 부모교육’ 행사에 참석해 강의를 듣고 있다.
하상윤 기자
엄마들은 상황별로 자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알아본 뒤 이에 대한 자녀의 반응을 떠올려보고 스스로 감정의 기준선을 정하는 연습을 했다. 또 아동기 이전의 학대는 청소년기 이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적에 따라 자녀와 대화할 때 지킬 원칙을 정하고 이에 대한 이행도 다짐했다.

두 딸을 둔 유모(47)씨는 “딸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려고 아이들에게 기회를 많이 준다고 생각했는데 강의를 듣고 나니 방임했던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며 “내가 딸들에게 불만이 있는 만큼 딸들도 엄마에게 불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에 참여한 엄마들은 부모교육의 장점과 필요성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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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뻔한 얘기를 굳이 시간까지 내서 배워야 하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렇다 보니 스트레스로 배변에 어려움을 겪은 아이를 학대해 죽게 한 평택의 신원영군 사건이나 ‘나영이’ 아버지가 주치의였던 신의진 의원에게 딸 관련 내용을 선거운동에 활용하도록 허락한 경우 등 ‘무지’에 의한 아동학대가 만연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강사로 나선 남서울대 김응자 교수(아동복지학)는 “과거 학교와 가정에서 ‘사랑의 매’ 식으로 체벌 등을 동반한 고압적인 훈육이 당연시됐지만 시대가 급변하면서 훈육에 대한 개념과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며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볼 기회가 적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대가족이 함께 사는 등 전통적인 가족 체계 속에서 성장 단계별로 자연스럽게 양육이 이뤄진 반면에 오늘날에는 핵가족화가 일반적인 데다 가족끼리 마주하는 시간이 적어 가정의 교육기능이 크게 약화했기 때문이다.

아동학대 가해자가 대부분 친부모라는 점도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키우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4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77.2%는 친부모였다. 계부모는 4.3%, 양부모는 0.4%였다. 결국 아동학대 가해자의 81.9%가 부모인 셈이다. 이 중 33.1%는 ‘양육 태도와 방법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하거나 ‘양육의 전권은 부모에게 있다’는 그릇된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성산효대학원대학교 이배영 교수(효문화학)는 “인간은 모든 동물 중 양육기간이 가장 길다”며 “영·유아기 때부터 자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면서 소통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뒤늦게 부모교육 확산에 나섰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국공립어린이집 입소자 선발 때 동점자가 발생하면 부모교육 이수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하고, 혼인신고 때 부모교육을 받게 하는 등 국민을 대상으로 부모교육 참여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영·이상현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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