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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가짜 아들 대령한 아버지의 속사정…"어머니 걱정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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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19 13:00:00 수정 : 2016-03-19 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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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었다. 어머니는 손자를 의심하지 않았다. 아들의 사망 사실을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됐다. 어머니를 일부러 속인 건 아니지만, 손자 사망 소식에 충격받으시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중국 후난(湖南) 성 창샤(長沙)에 사는 황 샤오용(56)은 지난 2009년 아들 황 거를 가슴에 묻었다. 아들 황씨는 선천성 근위축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의사들은 그가 살아있을 때 “18세를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는 어머니(89)께 아들의 사망을 알리지 않았다. 몸이 쇠약한 탓에 손자 죽음을 알게 되면 더 큰 일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들은 잘 있습니다”라며 “지팡이 짚으면 제법 걸을 수 있습니다”라는 그의 거짓말은 무려 7년이나 이어졌다.


지난 14일(현지시간) 황씨는 어머니를 찾아뵙지 않으면 안 됐다. 만지지도 보지도 못하는 탓에 손자가 정말 잘 있는 거냐며 그의 어머니가 조금씩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황씨는 어머니를 뵙기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죽은 아들을 대신할 사람을 찾는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고, 황씨의 글을 본 수많은 남성 네티즌들이 돕겠다고 나섰다.

황씨는 창샤에 사는 왕 펑(28)을 가짜 아들로 정했다.

왕씨는 연습할 게 많았다. 약한 근육 탓에 휠체어에만 앉아 지냈던 생전 황씨 모습을 똑같이 따라 해야 했다. 어눌했던 말투를 구사하려 끊임없이 연습했다.


말투나 행동거지는 그렇다 쳐도 어렸을 적 황씨가 할머니와 있을 때 주고받았던 특유의 의사소통이 최대 과제였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둘만의 의사소통 방법이 필요하지 않았던 게 그나마 다행이다.

사람에게서는 저마다 특유의 냄새가 난다. 피부 냄새건 옷 냄새건 그 사람만의 특성이 있기 마련이다. 여러분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마다 냄새가 있지 않은가?

왕씨도 마찬가지였다. 살아온 환경이 달라 황씨와 냄새가 달랐다. 다행히 왕씨를 만나기 전 황씨가 아들의 옷을 구해 그에게 입히면서 냄새와 관련한 걱정은 덜 수 있었다.

대망의 월요일.

황씨는 어머니가 계신 요양원을 찾아 왕씨를 소개했다. 시력이 급격히 나빠진 황씨의 어머니는 왕씨를 손자로 생각해 꼬옥 끌어안았다. 이들이 요양원을 떠날 때까지도 할머니는 왕씨가 가짜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비록 수단은 정당하지 않았지만 결과만큼은 무엇보다도 값진 날이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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