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아 대학 동아리별로 새 회원을 모집하려는 활동이 한창인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캠퍼스에 이런 구호가 울려 퍼졌다. 학내 동아리인 ‘고려대 평화나비’ 소속 학생 19명이 지난해 말 타결된 한·일 외교장관 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제1222차 수요시위에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등 수요시위 7대 요구가 담긴 전단을 돌리던 신입생 이승민(19)양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을 바꾸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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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학생들이 16일 교내 학생회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222차 전국동시다발 캠퍼스 수요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수요시위는 고려대를 비롯해 연세대, 서강대 등 전국 32개 대학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남제현 기자 |
이들 대학생은 앞서 한·일 양국의 위안부 졸속 협상에 반발해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옆에서 63일간 노숙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위안부 문제를 과거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학교 신입생 주일환(19)군은 “사회에 참여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특권”이라며 “우리가 계속 목소리를 내면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돼 정부를 움직일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숙명여대 4학년 박민회(23)씨도 “현 세대인 우리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모으도록 다양한 활동을 준비 중이다. 오는 19일 서울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기부 마라톤’을 진행하고, 26일에는 외교부 앞에서 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이처럼 청년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데 대해 ‘나와 무관한 일’이라며 눈을 감거나 침묵하고 있는 기성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는 행동이란 평가가 나온다.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책임연구원은 “한·일 합의에 대한 저항감과 후퇴한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정의감이 학생들을 움직이게 한 원동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청년들이 최악의 취업난 등으로 사회 공동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력을 쏟기 힘들텐데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는 모습을 보니 기성세대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박진영·남혜정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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