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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사이드] 미국의 서머타임 과연 부러워할 제도일까

입력 : 2016-03-11 23:15:24 수정 : 2016-03-12 00:4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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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3일(현지시간) 오전 2시부터 일광절약시간제(서머타임)를 실시한다. 수도 워싱턴과 뉴욕 등 동부지역에서 13일 새벽 2시가 되면 공식적 시간을 1시간 앞당기는 것이다. 이로써 미 동부지역과 한국 간 시간 차이는 기존 14시간에서 13시간으로 줄고 LA 등 서부지역과의 시차도 17시간에서 16시간으로 바뀐다.

우리에게 서머타임으로 알려진 일광절약시간제는 영어권에서 ‘Daylight Saving Time’이라고 통칭한다. 낮시간이 꽤 긴 3∼10월 시간대를 좀더 앞당겨 전반적인 사회경제의 효율성을 꾀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영국 건축가 윌리엄 윌럿이 1907년 ‘일광의 낭비’라는 책에서 제안했다. 일광절약시간제를 실시하면 일찍 일하고 일찍 잠들게 돼 에너지가 절약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당시 윌럿의 제안은 파격적이었다. 영국 의회는 그가 직접 발의한 법안을 부결했다. 최초의 일광절약시간제는 아이로니컬하게도 1916년 4월30일 영국의 적성국이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에서 시행됐다. 1차 세계대전 전시상황에서 공습에 대비하고 연료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먹혔다. 

미국은 1차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서머타임을 채택했다. 이후 시행, 중단, 재도입, 폐지를 반복했다.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 1976년 서머타임을 도입한 이래 매년 200억달러(약 23조8000억원)가량의 경제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하지만 이같은 경제효과는 허상일 뿐이라는 연구결과도 상당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07년 서머타임과 전기사용량 사이의 상관관계는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일부에선 서머타임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경제적인 게 아닌 정치적인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미 군정체제였던 1952년 서머타임을 도입했다. 하지만 농민과 교육당국은 "날이 길어졌다고 해서 하루 노동량이 줄지는 않는 상황에서 괜히 생체리듬을 깨트리고 공부습관만 해치는 서머타임을 실시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발했다.  결국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서머타임을 실시하지 않는 몇 안되는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의 서머타임 역사 또한 기구했다. 한국에서 서머타임이 도입된 건 서울올림픽 개최 직전인 1987년이 유일했다. 당시 전두환정부는 레저와 서비스산업 진흥과 ‘삶의 질 향상’을 서머타임 도입 근거로 댔다. 그렇지만 생체리듬 적응과 근무시간 연장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다. 결국 올림픽 이후에는 슬그머니 서머타임을 폐지했다. 
미국은 여전히 서머타임을 고집한다. 핀란드 투루쿠대학은 지난 8일 일광절약시간제 실시로 노인층의 경우 신체적 시차에 적응하지 못해 심장발작 확률이 8∼20%까지 늘 수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미국의 서머타임 실시 불과 5일 전 유명 과학저널에 실린 연구결과였다. 미국의 대중매체 폭스뉴스는 11일 ‘일광절약시간제를 견디기 위한 6가지 팁’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서머타임에 따른 건강상의 해악을 누구나 알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뉘앙스가 다분했다. △가능한 한 많이 햇볕을 쬐자 △침대맡에서 휴대폰, TV를 보지 말자 △자기 전 2시간 이내에는 커피·술을 자제하자 △규칙적인 생활을 하자 △운동하자 △이마저도 못하겠다면 멜라토닌 보충제를 먹자였다. 미 당국이나 관행이 우리 몸을 책임지진 않을테니 각자 스스로 제 건강을 챙기자는 의미였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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