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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세계 선도하는 대학 되기 위해 안주하는 연구 풍토 바꿔야”

입력 : 2016-03-09 15:25:52 수정 : 2016-03-09 15: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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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자연대)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안주하는 연구 풍토를 바꿔야 한다고 세계적인 석학들이 조언했다.

9일 자연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12명의 평가단이 서울대 자연대의 의뢰로 제출한 ‘교육·연구역량제고사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0∼20위권의 연구력을 갖춘 서울대가 세계적인 대학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 △경직된 교수 인사 시스템 개선 △포스트닥터(졸업연구원)에 대한 지원 강화 △성과위주의 연구 탈피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팀 헌트 전(前) 영국 암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젊은 연구진이 정년 보장을 받기 위해 유명 연구지 기고 압박을 받기 때문에 인기있는 연구에만 집중한다”며 “이대로라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헌트 수석연구원은 “서울대 교수들이 자기가 연구한 분야 후배를 그 자리에 앉히는 톱다운 방식의 채용 관행 때문에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톰 루벤스키 교수(물리천문학과)는 다수의 서울대 교수들이 영향력 지수 반영이 높은 연구나 안정적인 연구를 택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평가단은 대학원 위주의 연구체계가 포스트닥터(박사 후 과정 연구자)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최고 대학의 핵심 연구 인력은 포스트닥터들이고, 이들에게는 연간 수천만원의 지원이 뒤따른다. 하지만 서울대 자연대의 포스트닥터를 위한 학교 지원금은 없다. 교육부의 BK21 등 외부에서 연간 3000만원 안팎의 지원금을 받는 정도다. 평가단은 “이 때문에 포스트닥터들이 대부분 서울대를 떠나 해외 대학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교수들이 정년 보장을 받고 나서 안정적인 지위에 안주해 창의적 연구를 하지 않는다는 점, 대학원생 수에 비해 교수 숫자가 너무 적다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평가단은 “5∼10년 안에 전략적으로 최고 분야 3∼4개를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연대는 10년 전 한국 최초로 정량적이고 획일적인 방식의 대학 평가에서 벗어나 정성적 평가와 조언을 받는다는 취지로 해외석학평가를 도입했다. 해외석학평가제 도입 10년을 맞이한 지난해 2월 노벨상과 필즈상 수상자를 포함해 자연과학 분야 해외 석학 12명을 자문위원단으로 위촉하고 5∼9월 연구와 교육 환경에 대한 서면·방문 평가를 받았다. 평가단에는 헌트 전 수석연구위원을 포함해 에핌 젤마노프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 리타 콜웰 전 미국과학재단 총재, 루벤스키 교수 등이 참여했다.

자연대는 이번 최종 보고서를 토대로 대학 차원의 개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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