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최현태기자의와인홀릭] 보들레르가 사랑한 샤스 스플린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입력 : 2016-02-26 20:53:22 수정 : 2016-02-26 20:53:22

인쇄 메일 url 공유 - +

현대시의 창시자로 불리는 19세기 후반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청소년 때 품행문제로 퇴학처분을 받고 유산을 25개월 만에 탕진해 가족들에 의해 ‘준금치산자’ 선고를 받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시인이랍니다. 호화롭고 탐미적인 삶을 살았지만 그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고 하네요.

그의 대표 작품이 유명한 ‘악(惡)의 꽃(Les Fleurs du mal)’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보들레르는 벌금형과 함게 유죄 판결을 받고 맙니다. 이 때문에 가산을 탕진한 보들레르의 생활은 더욱 궁핍해집니다. 어려운 현실에서 탈피하려 발버둥쳤지만 그는 마음의 병만 얻게 되고 1867년 파리에서 46세의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이 때문에 보들레르는 ‘저주받은 천재시인’으로 불리기도 하지요. 1945년에야 풍기문란죄가 무죄로 판결나고 삭제됐던 시 6편이 복원되면서 그의 작품 세계가 다시 조명받게 됩니다.

39살에 첫 발작을 겪으며 우울증에 시달린 보들레르가 사랑한 와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 보르도 와인 ‘샤토 샤스 스플린(Chateau Chasse-Spleen·사진)’입니다. 샤스가 쫓아내다, 스플린은 슬픔·우울을 뜻합니다. 즉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이름을 지닌 와인이지요. 보들레르가 이 와인을 마신 뒤 우울증에서 벗어나 샤스 스플린이라는 이름을 헌정했다는군요. 이런 보들레르를 기려 샤스 스플린 레이블 맨 위에는 유명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매년 들어가고 있습니다.

샤스 스플린은 보르도 물리스 엉 메독(Moulis en Medoc) 지역에서 생산되는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급 와인입니다. 크뤼 부르주아는 1855년 그랑크뤼 클라세 분류 당시 61개 와인에 들지 못했지만 그랑크뤼에 필적하는 품질을 자랑하는 보르도 와인들을 말합니다. 신의 물방울 7권에서는 샤스 스플린을 ‘가난한 자의 샤토 라뚜르(1등급)’로 묘사합니다. 그만큼 퀄리티는 뛰어나지만 행사가 5만원 이하로 구입할 수 있는 와인이기 때문이랍니다. 지금 고민이 있나요? 당장 샤스 스플린을 마시세요. 마법처럼 슬픔은 멀리 달아나 버린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