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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증거 수집 어렵고 보상 미미… 이혼訴 접는다

입력 : 2016-02-21 19:04:17 수정 : 2016-02-22 00: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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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제 폐지 1년 이혼소송 왜 줄었나 1년 전인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간통을 처벌하게 한 형법 제241조를 위헌으로 결정했다. 이로써 간통죄는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6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위헌 결정 당시 ‘간통죄가 폐지된 만큼 형사소송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배우자의 외도를 이혼소송을 통해 해결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혼소송이 급증하고 위자료 액수가 대폭 오를 것으로 내다봤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양상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 2월 26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혼소송 감소 위자료도 줄어

21일 대법원에 따르면 간통죄 폐지에도 이혼을 신청하는 사람은 오히려 줄었다. ‘형사처벌을 하지 못하게 된 배우자의 외도를 위자료를 올려 받는 식으로 대신 처벌할 것’이란 예상 또한 빗나갔다.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부터 최근까지 불륜 상대방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판결문 17건을 분석한 결과 법원이 피해 배우자에게 지급하라고 한 위자료 액수는 1000만∼15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통죄가 존재할 때와 비슷한 금액이다. 배우자를 폭행하는 등 다른 불법행위가 있었을 때만 청구 액수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법조계는 과거에 간통죄로 고소하면 수사기관이 증거를 수집했지만 이제 피해 배우자 스스로 증거를 수집해야 해 불륜 입증이 어려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도 ‘형법상 죄가 아닌 행위에 과거보다 무거운 금전적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한 민사재판부 판사는 “교통사고 사망에 법원이 인정하는 위자료가 1억원 수준”이라며 “현재 불륜 위자료가 적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보람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간통 혐의 고소를 취하해주는 대신 받은 합의금으로 부족한 민사배상금을 보완하던 옛 방식이 이젠 사라졌다”고 말했다.

◆뻔뻔해진 불륜 배우자들… 한산해진 흥신소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간통죄 폐지를 ‘불륜 면죄부’로 보고 혼인의 순결성에 대한 인식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간통죄 폐지 이후 ‘불륜은 죄’라는 인식이 희박해져 배우자를 배신하고도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법률구조부장은 “배우자가 대놓고 외도를 하면서 ‘해보려면 해봐, 간통죄도 없어졌는데’라고 큰소리를 친다”면서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는 하소연이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의 흥신소나 심부름업소는 일감 대부분을 차지하던 불륜 조사 의뢰가 줄어 매출이 거의 ‘반토막’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흥신소 사장은 “간통죄가 사라진 뒤 업무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5년 전 잘 나가는 업체는 한달에 3000만∼5000만원을 벌었지만 지금은 월 평균 500만원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형사소송과 달리 이혼소송은 ‘명백한 증거’를 요하지 않는다. 굳이 거액을 주고 불륜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혼소송은 불륜 커플이 ‘팔짱을 끼고 걷는’ 수준의 간접적 증거만 있어도 귀책이 인정되는 경우가 잦다.

법적 제재장치가 사라진 데다 보상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내가 직접 불륜 배우자를 처벌하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사적 보복은 되레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가사 전문 김삼화 변호사는 “피해 배우자가 불륜을 비난하는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 자칫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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