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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 없는 말장난? … 위트 담은 힐링시!

입력 : 2016-02-16 20:38:46 수정 : 2016-02-16 20: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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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굵은 울림… ‘SNS 시’ 대중에 인기몰이
“늦은 퇴근// 걷어찬 이불을/ 감싸주며/ 살포시 안아본다// 너의 심장박동 그 작은 숨결이// 되려/ 지친 아빠의 하루를/ 꼬옥 안아준다”(‘오히려 네가 나를 안는다’)

부모에게 아이란 존재 자체가 큰 위로다.

“맨날천날/ 컨디션은// 퇴근하면/ 최상일까”(‘왜’)

퇴근 후에야 활력을 찾는 건 직장인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

“솔로인 여자에게/ 힘내라 하지 말고/ 진짜 him을 주세요”(‘넌지시 #1)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위트가 넘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창작되고 유통되며 소비되는 시다. 기성 시와 차별점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쉽다. 생산자인 시인과 소비자인 독자의 벽이 높지 않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유통되며 대중을 드러내고 대변한다.

누군가는 “SNS시대의 시짓기는 박제된 시집 속에서 글자들을 구출해 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지속적인 생명력을 담보할 문학성에 대한 의문은 어쩔 수 없다. 국립중앙도서관이 ‘SNS 시인시대展(전)’란 제목으로 다음달 13일까지 전시회를 열고 있다. 

SNS 시는 쉽게 이해되며, 빠르고 광범위하게 유통되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SNS 시인시대展(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전시회에 모인 SNS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건 대중의 일상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가져봤음 직한 느낌과 고민이 시의 주제다. 창작을 위해 사무실, 거래처, 단골 식당, 데이트 장소였던 공원 등 ‘기억이 묻는 장소’를 찾아 영감을 얻기도 한다. 따라서 SNS의 시는 나와는 거리가 멀고 어려운 것, 소수의 향유 대상이라는 기존 시의 이미지와는 차별점을 가진다.

최대호 작가는 “생활을 하면서 메모해 둔 것들이 시상이나 주제를 만든다”며 “웃긴 것, 슬픈 것, 취업, 공부 등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된다”고 말했다.

이전에 없었던 흐름은 아니다. 김봉석 평론가는 1980∼90년대 서정인의 홀로서기나 원태연의 시, 인터넷 소설 등을 비슷한 사례로 들었다. 그는 “지금은 SNS가 생기면서 자기의 생각, 감정을 즉각적으로 발산하고 독자의 공감을 바로 이끌어 내기 때문에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시회는 조선시대 방랑시인 김삿갓도 비슷한 특징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가문의 몰락으로 뛰어난 재능을 지녔음에도 과거조차 보지 못했던 김삿갓은 “일상의 사건과 서민적 정서를 시로 썼으며, 단순히 소소한 삶의 단면에 그치지 않고 재치와 풍자를 통해 멀리 나아갔다”고 소개했다. 

표현 수단을 문자로만 한정하지 않는 것도 SNS 시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성 문단에서 시작된 ‘디카시’다. 시적 감흥을 느끼는 대상을 디지털카메라도 찍어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받아 쓰듯 적어서 SNS로 소통하는” 형태다. 창신대 이상옥 교수는 비 온 뒤 맑게 갠 중국 베이징의 하늘을 촬영한 사진과 함께 “지난 밤 혁명이 일어났던 게야/ 북경 하늘에 이데올로기 한 점 없다”는 문장을 묶어 ‘폭우’를 완성했다.

이 교수는 “디카시에서 문자와 사진은 한몸이라고 보면 된다”며 “SNS에서는 이미지, 영상이 문자와 결합해 멀티언어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텍스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시와 어울리는 배경, 시간, 장소에서 시를 게시하고 사진을 찍어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느낌을 더 깊게 전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러나 SNS 시의 문학성에 대한 의문은 강하다. 기존 시에 익숙한 독자들, 기성 문단은 “이것을 시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언어유희에만 머물지 않는 깊은 성찰을 담아 내기까지는 좀 더 단련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최 작가는 “정식으로 등단한 것이 아니고, 아는 정도에서 쓰는 것이라 사실 내가 시인이라고 말은 못하겠다”면서도 “시에서 느끼는 울림이라는 건 독자가 느끼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너무 진지한 것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양적으로 성장하고 좀 더 정비되다보면 좋은 작가들이 등장하게 되리라 본다. 앞으로 좀 더 문학성을 확보해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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