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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마철에도 비 안내려… 5∼9월 전 지역서 가뭄 극심

입력 : 2016-01-03 19:00:29 수정 : 2016-01-03 21:5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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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여름 강수량 부족

일반적으로 한반도에서는 봄(4∼5월)에 가뭄이 발생하고 여름부터 해갈이 되는 패턴이 반복됐다. 연간 강수량의 70% 정도가 6∼9월에 집중되는 데다 여름철 강수량의 절반 이상은 장마철 집중호우와 태풍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위성 영상 자료를 이용해 한반도 가뭄 특성을 분석한 결과 최근 여름철 강수량이 부족해지면서 여름철에도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뭄 모니터링 등을 통해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마철에도 가뭄 심각… 북한도 예외 아냐


최민하 성균관대 수자원 전문대학원 교수(수자원학) 연구팀이 ‘인공위성 가뭄심도지수’를 토대로 작성한 ‘한반도 가뭄지도’에 따르면 2006년 5∼9월에는 전역이 습윤한 상태였다. 같은 해 7월 북한과 전라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체로 가뭄 피해가 없음을 의미하는 푸른빛을 띠었다.

가뭄심도지수는 붉은색(-1.00)에 가까울수록 가뭄이 극심하고 진보라(1.00)에 가까울수록 습한 것을 의미한다. 지수가 -1.00∼0.00일 때 가뭄 피해 지역에 해당한다. 흰색은 전파 방해나 아스팔트 등으로 관측되지 않은 부분이다.

2009년에는 전북·경남 일부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가뭄 피해가 있음을 뜻하는 노란색과 연두색으로 뒤덮였다. 특히 6월에는 극심한 가뭄을 의미하는 붉은색을 띤 곳이 적지 않았다. 장마철인 6∼7월에도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 가뭄이 발생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가뭄 특성과 배치되는 이 같은 추세는 2007∼2008년 시작됐다.

2012년 장마철에는 태풍 볼라벤과 덴빈의 영향으로 가뭄이 다소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다가 2015년 다시 반전됐다. 지난해 9월 전북·경남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이 5∼9월에 가뭄을 겪었다. 그 여파로 지난해 10월 보령과 서천, 당진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서 사상 첫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2006년에는 7월을 제외하고 북한 전역이 푸른 빛을 띠었으나 2009년과 2015년 장마철에는 곡창지대인 평안도와 황해도에서도 극심한 가뭄이 발생해 전반적으로 붉은색을 나타냈다.

연구팀의 서찬양 박사는 “북한은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면서도 “관개시설이 그나마 잘 돼 있는 평야지대에서도 붉은색이 나타났다고 하면 가뭄 피해가 극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00년 만의 왕가물(아주 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엘니뇨 등 기후변화가 원인… 가뭄 심화 불가피


한반도 가뭄 심화는 평년(1981∼2010년) 대비 강수량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 가뭄 피해가 극심한 경북 의성의 경우 2006년에는 연간 강수량이 평년 대비 36.21% 많았으나 2009년과 2012년에는 각각 93.31%, 94.74%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39.65% 수준에 그쳤다.

이 같은 강수량 부족은 의성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우리나라 강수량은 평년(1303.0㎜) 대비 72%인 944.4㎜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최소 3위를 기록했다.

기온 상승으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는 가뭄을 부채질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섭씨 13.8도로 1973년 이래 최고 2위를 경신했다.

가뭄 심화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엘니뇨(적도 해수면 온도 상승) 등 이상 기후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이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나타나면 우리나라 강수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해 장마전선이 활성화되지 않으며 기온이 올라간다. 올겨울이 예년에 비해 포근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 기온은 평년보다 각각 섭씨 2.5도, 2.2도 높았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14년 6월 발생한 엘니뇨가 올겨울 최고조로 발달해 1950년대 이래 역대 3위권에 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가뭄이 당분간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최 교수는 “가뭄은 다른 자연재해들에 비해 시작과 끝을 정확히 알기 어렵고 피해 지역 식별과 진행 방향 예측이 쉽지 않다”며 “이런 가뭄의 특성상 인공위성을 이용하면 가뭄을 보다 광역적으로, 정확하게 분석해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배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 연구팀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주관하는 재난 위험도 평가 과제를 통해 인공위성 기반의 가뭄 분석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3년 발표한 가뭄 관련 논문은 지난해 자연과학분야 최상위 저널인 지구물리학 리뷰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잇따라 인용됐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 인공위성 가뭄심도지수=미국 항공우주국(NASA) 테라(TERRA) 등 인공위성의 기온, 지표면 온도, 식생지수(식생의 활력도와 생육 현황을 나타내는 지표) 등 자료를 이용해 1999∼2015년을 기준으로 가뭄 심도를 산정한 상대적 지수다. 강수량과 증발량 등이 기준인 ‘기상학적 가뭄’과 농작물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토양수분에 따라 결정되는 ‘농업적 가뭄’, 댐과 저수지 등에 물이 고갈돼 물 부족이 우려되는 ‘수문학적 가뭄’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으며 관측소가 없는 북한과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가뭄 관련 자료 관측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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