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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일 미래 향한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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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2-29 21:59:46 수정 : 2015-12-29 22: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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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50돌 의미 있는 진전으로 매듭
진정성 갖고 선린의 시대 함께 가야
기자들 앞에 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노련한 두 외교관은 중요한 협상의 고비마다 때로는 미소도 지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을 법하지만 한·일 관계 문제에서만큼은 긴장해야 한다고 믿는 듯했다. 더구나 위안부 문제는 ‘말’이나 ‘돈’으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매우 근원적인 인권과 인간안보의 일인지라 양국 정부 관계자가 느끼는 심리적 부담은 더욱 막중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일 수교 50주년의 해를 마감하기 불과 며칠을 앞둔 시점에서 더 이상 양국 관계의 불편함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일본 정부를 포함해 모두에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통상 위안부 문제는 ‘책임소재’ ‘진정한 사과’ ‘의미 있는 후속조치’ 이렇게 세 가지 사안에 대한 일본의 자세를 묻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런 논리로 보자면, 군의 개입을 인정한 책임소재는 정부가 간접적이나마 확실하게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아베 총리의 명의로 직접 ‘깊은 사죄’라는 표현을 언급했으니 우익적 정서가 강한 아베 정권의 진정성이 상당 부분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액의 많고 적음을 논하기 전에 일본 정부가 전적으로 출연한 기금을 조성한다고 했으니 과거보다 진일보한 조치임에는 분명하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대체적으로 28일 발표된 한·일 양국 외교장관의 공동기자회견문은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한·일 관계의 전면적인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번 합의를 가능케 한 동력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무엇보다도 지난 11월1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세 나라 정상은 3국 간 협력이 동북아는 물론 세계 평화의 초석이라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 연장선상에서 한·일 간 협력체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 역시 잘 알고 있는 바이고 3년 만에 열린 정상 간 회담은 특히 한·일 간 외교라인을 부지런히 움직이게 만든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동시에 오래전부터 한국과 일본 양국 국민은 양국 관계가 매우 복잡한 고차방정식이기에 특정 이슈가 다른 모든 영역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점 역시 이번 타결에 영향을 미친 핵심 변수였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이제 ‘한·일 관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두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아시아의 대표 주자가 됐다. 특정 단일 국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가 지난 지 이미 오래다. 한국과 일본은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맞댈 일이 너무도 많아진 외교환경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그동안 미국도 다소 아쉬워했던 한·미·일 자유주의 연대를 더욱 정교하게 운영해야 할 것이고, 통일이라는 우리의 숙원을 생각하면 북한 문제 해결에서 한·일은 더할 나위 없이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한다.

물론 이번 타결에 모두가 만족해하는 것은 아니다. 영원히 씻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피해자 할머니들은 더욱 그러하리라 본다. 흔히 ‘회색지대’라고 표현하는 법적 책임의 부분은 한·일 간 인식의 차이가 워낙 커 우리가 적극적으로 해석할 일이지, 일본이 스스로 법적 책임을 언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도 당분간 이 문제는 ‘그레이 존’에 머무를 전망이다. 또한 혹시라도 일본 정부의 이번 입장을 한·일 관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안을 덮어버리자는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로 확대해석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과 사과는 후속 세대에도 유의미한 교훈으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

역사의 물줄기는 언제나 한 자리에 머무르는 법이 없다. 지난 수년간 한·일 관계가 경색돼 있었다고 안타까워했지만 ‘한·일 관계의 역사’는 그동안 쉼 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한 흐름이 오랜만에 양국 간 타협의 매듭이 돼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생각한다. 차제에 한 번 매듭을 짓게 된 한·일 관계가 일본의 지속적인 다짐과 노력을 바탕으로 새해에는 더욱 도약하는 모습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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