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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굳어가도… 장애아동들 '병원 유랑민' 신세

입력 : 2015-12-03 18:59:32 수정 : 2015-12-04 0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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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재활치료병원 태부족… 어린이병원 재활과 설치 10% 불과… 재활병원 아동병상도 10% 그쳐… 해마다 적자에 규모 줄이고 있어

#1. 레트 증후군(여아에게 나타나는 퇴행성 신경질환)을 앓아 3살 때부터 재활치료를 받기 시작한 이인영(11·가명)양은 병원 치료를 위해 짧게는 6개월에서 4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대기 기간이 매번 원망스러웠다. 각 병원마다 정하고 있는 2, 3개월 정도의 치료기간이 끝나면 곧장 다른 곳으로 옮겨야만 했기에 미리 서너 군데 병원에 진료 신청을 하고 대기하는 게 일상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재활치료를 장기간 쉬어야 하는 때도 있었다. 2013년 초 이양은 새 병원을 찾지 못해 반년 넘게 재활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양의 어머니는 “하루하루 딸의 몸이 굳어가는 게 눈에 보이니깐 그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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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006년 어린이 재활치료 전문 병원을 표방하며 문을 연 보바스어린이병원은 개원 8년 만에 한해 1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의원급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개원 초기부터 한해 적자는 2억∼3억원에 달했다. 날로 적자가 커지자 뼈아픈 결정을 내린 것이다. 최근에는 해당 병원을 운영 중인 의료법인 ‘늘푸른 의료재단’이 병원 이름에서 ‘어린이’를 빼고 소아 진료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등 개편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이 재활치료 병원 부족으로 많은 장애아동들이 ‘병원 유랑민’의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어린이 재활치료 수요를 감당해야 할 병원은 정작 매년 적자 경영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 확대는커녕 규모를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3일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실, 푸르메재단 등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병원 45곳 중 재활의학과 설치 병원은 4곳에 불과하다. 정부 주도하에 설립된 권역별 재활병원이 전국 6곳에서 운영 중이지만 아동 병상은 전체 병상 중 10%에 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장애를 지닌 소아·청소년(0∼19세)은 10만명 정도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등록 기피 등을 이유로 집계되지 않은 수까지 포함하면 30만명에 이를 것이라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애아동은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신청한 뒤 짧게는 반년, 길게는 수년까지 대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기다림 끝에 진료를 받더라도 병원 치료는 2, 3개월로 제한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이상 치료시 과잉 진료를 이유로 건강보험 지원액이 삭감되는 경우가 많아 병원들 사이에서 굳혀진 관행이다. 

또 가까스로 재활치료를 시작하더라도 필요한 치료 종류 중 일부만을 받는 데 그쳐 장애아동이 불가피하게 다른 병원에서 동시에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장애아동이 받는 기본 치료는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인지치료 등 네 종류다. 여기에 개인 특성에 맞춰 감각통합치료, 음악치료 등을 추가로 받는 경우도 있다.

서울 종로구의 푸르메재활센터에서 한 아동이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푸르메재단 제공
푸르메재활센터 송우현 센터장은 “아동마다 필요한 치료 종류가 달라서 우선 가능한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환자 1명이 3곳 이상 병원을 다닌 경우가 많다”며 “이런 현상은 장애아동에 대한 통합적 진단과 치료가 불가능하기에 사실 재활치료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의료의 차원에서 장애아동 재활치료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명옥 인하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현행 건강보험 수가체계 안에서는 병원 경영 악화 등 이유로 재활치료 인력의 저임금 현상이 고착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전체 재활치료의 질 악화를 불러온다”며 “장애아동 부모의 부담을 고려해 의료수가 개선과 함께 금전 지원 등 정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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