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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승자 인간, 신의 영역에 다다르면 행복할까

입력 : 2015-11-27 19:32:04 수정 : 2015-11-27 19: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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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농업·과학 혁명 통해 만물을 지배한 호모사피엔스
생명공학 통해 영원한 삶 갈망 하지만 행복도 동시에 담보될까
 
유발 하라리 지음/조현욱 옮김/이태수(서울대명예교수) 감수/2만2000원
사피엔스-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유발 하라리 지음/조현욱 옮김/이태수(서울대명예교수) 감수/2만2000원


‘사피엔스’는 30여개 언어로 번역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인류의 시원에서부터 현대까지 인류사를 꿰뚫는 저자 유발 하라리의 지적 통찰이 돋보인다. 하라리는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의 젊은 역사학 교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이유에 천착해 왔다. 우주의 기원이나 인류의 시작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류의 미래를 전망하는 저자의 지적 여정이 책에서 흥미롭게 펼쳐진다.

저자는 1만5000여년 전까지 6종가량의 인간이 존재한 것으로 봤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 등 모두 호모 속에 속한 종이었다. 이 가운데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다. 왜 그랬을까.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의 생존 비결을 인지혁명(인간이 똑똑해진 시기), 농업혁명(자연을 길들여 인간이 원하는 일을 한 시기), 과학혁명(인간이 위험할 정도의 힘을 갖게 된 시기)으로 설명한다.

인공 의수로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이다. 과학이 우리 몸을 지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김영사 제공
인지혁명의 핵심은 언어 발명이다. 인지능력에 혁명이 일어난 결과 인간은 똑똑해졌다. 인지혁명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단순한 전달이 아닌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 즉 언어의 유연성이 문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허구란 단순히 거짓말이 아니라 전설, 신화, 신, 종교, 가치관 등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무형의 것이다. 이를 통해 호모 사피엔스는 성공적인 협력을 이룰 수 있었다. 공통의 종교, 신화 등을 공유하면 성공적 협력이 가능해진다.

농업혁명은 인류사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농경이 가능해지면서 인구가 빠르게 늘었고, 이전 방식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과학혁명은 인류를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었다. 과학혁명이 몰고 온 파장은 엄청났다. 과학혁명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성장, 글로벌화,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확대, 환경파괴를 불러왔다. 이어 차례로 산업혁명과 정보화혁명이 일어났다. 정보화혁명에서 촉발된 생명공학 혁명은 진행형이다. 과학혁명 이후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물 공학 등이 나왔다.

문제는 호모 사피엔스의 감정과 욕구가 이 중 어느 혁명에 의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는 먹을 것이 가득 찬 냉장고가 딸린 고층 아파트에 살지만 우리의 DNA는 우리가 여전히 사바나에 있다”고 했다. 설탕과 지방에 대한 인간의 강력한 욕구가 그 증거라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
김영사 제공
이전 시기에는 타인의 폭력에 따른 사망률이 높았다면 지금은 자신을 죽이고 있다. 권력도 돈도 기술도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이것들을 추구하고 있다. 위험한 만큼 매혹적인 과학기술은 신성모독 그 자체다. 저자는 “우리는 스스로 신이 되려 하는 길목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생명공학 혁명이 결국 이른 곳은 ‘길가메시(Gilgamesh) 프로젝트’다. 길가메시는 죽음을 없애버리려 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전설적인 영웅이다. 저자는 인간의 영생을 추구하는 이 프로젝트가 결국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간은 생명공학적 신인류, 영원히 살 수 있는 사이보그로 대체될 수 있다. 환경파괴 탓에 스스로 멸망의 길을 걷지 않는다면 말이다. 신이 없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영생한다고 해서 더 큰 행복을 누리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의 일상적 행복은 물질적 환경과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건 역사가 입증하고도 남는다. 돈은 가난의 단계를 넘어서면 더 많아져도 행복 수준과는 거의 무관하다. 인간은 복권에 당첨되면 잠시 행복해질 수는 있다. 하지만 1년6개월 정도가 지나면 일상적 행복은 예전 수준으로 돌아온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핵심을 지적한다. “한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기술적 성취를 이뤄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한국은 행복도 조사에서도 멕시코, 콜롬비아 등 저개발국가들보다 뒤처져 있다. 이는 가장 널리 통용되는 역사법칙의 어두운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숙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

인간이 지금보다 더 강력했던 적은 없지만, 우리가 선조보다 더 행복하지는 않다. 아수라장 같은 세상에서 인류의 미래는 어떨까. 그나마 이제 인류는 행복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고무적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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