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자 코에 입 맞추고, 머리 부비고, 함께 낮잠 자고… 정말, 간 큰 남자!

입력 : 2015-11-27 20:03:37 수정 : 2015-11-27 20:03:3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자공원서 일하며 라이온 위스퍼러로 성장
남아프리카 동물행동 연구가의 이야기
‘맹수와 어떻게 교감하고 가까워졌나’ 그려
“계산되지 않은 투명한 관계에 매료” 고백
케빈 리처드슨, 토니 파크 지음/서가원 옮김/아폴로/1만3800원
사자가 된 남자/케빈 리처드슨, 토니 파크 지음/서가원 옮김/아폴로/1만3800원


한 남성이 사자 무리와 뒹굴고 장난치는 모습이 유튜브에 공개됐다. 동영상은 30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몰고 왔다. 동영상에는 사자 코에 입을 맞추고, 함께 낮잠을 자며, 머리를 부비고 털을 손질해 주는 간 큰 남자가 등장한다. 남아프리카의 동물행동연구가 케빈 리처드슨이다. 이 책을 쓴 사람이다. 책에는 악동 기질이 다분한 소년 케빈이 사자, 표범, 하이에나 같은 아프리카 맹수들과 교감하면서 라이온 위스퍼러로 성장하는 과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케빈은 특히 가장 위험한 맹수인 사자와 교감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맹수와 가까워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케빈은 동화 ‘정글북’ 속 주인공처럼 어린시절부터 사자들 틈에서 자라지도 않았다. 특별히 영적 능력을 타고나 사자와 소통한 것도 아니다. 단지 사자공원에서 일하면서 어느새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 사육사들처럼 호신용 막대기나 권총을 소지하지도 않았다. 후추 스프레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비만 갖고 들어간다. 케빈에게 사자 무리는 관리 대상이 아니라 상호 신뢰와 이해의 대상이다.

저자가 사자 무리의 일원으로 인정받은 기념으로 함께 찍은 사진이다.
아폴로 제공
케빈은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을 이렇게 전한다.

“나는 흙먼지 위에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다. 뒤늦게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잔뜩 화가 난 수컷사자 차보의 밑에 깔린 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단 몇초였다. 차보는 털이 무성하고 거대한 머리를 나의 사타구니 쪽으로 들이밀었고, 날카롭게 휘고 누런 이빨을 내 가죽 허리띠에 걸고 내 몸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제 죽었구나.’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차보가 날 노려보고만 있었다.”

케빈이 보기에 사자는 사람과 닮은 점도, 다른 점도 있다. 인간관계가 그렇듯이 어떤 사자는 아무리 많은 시간을 함께해도 데면데면 대하는가 하면, 어떤 사자는 짝짓기 현장을 구경해도 될 정도로 친밀해졌다. 사람은 어떤 일을 계기로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다. 사자들은 다르다. 겉으로 친절을 가장하고 앙심을 품는다거나 복수를 위해 남몰래 칼을 갈지는 않는다. 사자들은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다음날이면 완전히 그 일을 잊고 케빈에게 머리를 부빈다.

케빈은 이런 계산되지 않은 투명한 관계에 매료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라이온파크에 있는 사자들과 가까워졌고, 차츰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모든 야생 사자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남아프리카 맹수를 비롯한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파트 오브 더 프라이드(Part of the Pride)’다. 사자 무리를 뜻하는 ‘프라이드(Pride)’의 한 ‘구성원(Part)’이 된 남자 이야기라는 뜻이다. 이 책을 차분이 읽고 나면 TV 속 다큐멘터리 해설자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접해 왔던 하이에나, 치타, 자칼, 표범 등에 대한 이미지도 180도 바뀌게 될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