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목가구의 발전은 도구로부터의 해방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손대패를 익히는 데 수년씩 허비해야 하는 현실이 유능한 인재들의 진입을 막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가구 수준이 낮아질 수밖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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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파주 김윤관 목공소에서 만난 목수 김윤관씨. 그는 “좋은 가구를 만드는 데 가장 큰 방해물은 고된 노동이 종종 속삭거리는 눈속임의 유혹”이라며 “가장 온전할 수 있는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수공의 신뢰’’라고 말했다. |
“날 각도, 손잡이 위치 등 세분화된 사용 매뉴얼을 가진 서구 대패로 얼마든지 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것도 매년 연구를 통해 개선된 것이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의 전통 밀어내기식 대패와 별반 다를 게 없어 신기할 정도입니다.”
그는 도구도 어디까지나 도구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어느 경지에 올라 나름의 특성과 감각을 반영하기 위한 도구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장인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자신만의 도구를 자식처럼 계속 관리해 쓰지요. 신체의 일부로 여길 정도입니다. 하지만 일본처럼 도구를 물신화하거나 도구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자세는 경계해야 합니다. 도구에 빠져버려 도구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목적이 상실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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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가 문신의 작품과 목수 김윤관의 목가구가 어루러진 문신미술관 전시장 풍경. |
“목수가 되겠다고 찾아오는 대부분 사람들이 하는 말은 ‘나무가 좋아서’입니다. 좋은 가구를 만들려면 나무를 하나의 소재로 거리감을 두고 접근해야 합니다. 좋은 나무가 좋은 가구의 충분조건은 아니지요. 결과물을 위해 도구와 재료에 잡혀먹히지 않는 외줄타기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는 나무를 구하려고 3년씩 다닌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문화가 성숙하지 않으면 신화화나 신격화가 기승을 부리듯, 목가구 쪽도 상황은 비슷하다는 얘기다.
“저는 고온(160∼230도) 처리한 탄화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연건조를 하면 300년이 걸리는 건조목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지요. 변형을 막고 색과 강도가 좋아집니다.” 배우 배용준씨 집 서재도 탄화목으로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내건축을 전공한 그는 잡지사 기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어느날 아내와 함께 가구점에 들렀다가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되돌아 나오는 길에 아내가 ‘당신이 만들어도 저것보다는 잘 만들 것’이라고 한 말 한마디가 목수의 길에 들어서게 했다. 지난해에는 ‘조선클래식 - 남자의 서재’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우연한 기회에 민속박물관에서 대형 갓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후 조선시대 가구에 대해 눈이 뜨이기 시작했지요. 너무 유니크하고 위대함으로 다가왔어요.” 그는 최순우 선생이 생전에 ‘한국 공예 중에 세계적으로 나설 것은 도자기와 목가구”라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 그에게 클래식 가구는 100년 후에도 사랑을 받는 가구를 말한다.
“대형 갓의 비례감이 놀라웠어요. 실용성과 비실용성을 넘나드는 모습, 투명한 검은색 등이 조선시대 문화의 힘이란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는 기능과 미의 조화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것이 클랙식의 미덕이었다.
그는 새로움과 더 잘 만듦의 경계를 아우르는 ‘제3의 영역’을 모색하고 있다. 현실적으론 어쩌면 불안한 줄타기일 수도 있다. 어렵더라도 그것을 도전으로 삼겠다고 했다. 알랭 드 보통의 말이 연상된다. 보통는 한국 전통공예의 역사를 읽고 흥미로웠던 점이 공예의 역사가 도공들이나 공예가들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학자(유학자)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유학자들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장인들에게 나름의 취향이 담긴 공예품을 주문했다. 당시 아트디렉터(디자이너)는 학자들이었고 만드는 사람은 장인이었던 것이다. 장인들(공예가)은 주체적으로 만들기보단 주어진 의뢰를 보다 더 ‘잘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요즘엔 디자이너가 설계도 하고 만들기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자의 철학과 장인의 기술을 모두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술가들과 적극적인 협업도 추진할 생각입니다. 오래된 전통건축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리모델링한 것에서 무게감이 느껴지듯, 오래된 고가구에 현대적 목수의 감각을 보태는 작업도 해볼 계획입니다.” 한국 목가구의 새로운 상상력을 그에게 기대하게 된다.
글·사진=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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