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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드론 띄워… '인터넷 오지' 없애는 인터넷 공룡들

입력 : 2015-11-06 18:51:27 수정 : 2015-11-06 21:4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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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2억명 중 50% 아직도 접속 불가
각사, 앞다퉈 톡톡 튀는 아이디어 내놔
구글, 상공 20㎞에 풍선 날리기 돌입
페이스북은 이스라엘기업과 위성 추진
스페이스 X, 우주에 4000여기 소형 위성 띄우기로
 ‘인터넷 공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인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최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지구촌의 ‘인터넷 사각지대’를 일소하는 거대 프로젝트에 발벗고 나섰다. 구글은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위한 중계기지국 역할을 할 풍선을 하늘에 날리는 방식을 채택했고, 페이스북은 인공위성과 드론을 띄워 산간 오지에서도 인터넷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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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터넷 사용인구는 200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제 웬만한 나라에서는 직장과 가정, 학교 등에서 인터넷 없는 생활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하지만 지구촌 전체로 보면 사정은 다르다. 아직도 전 세계 인구 2명 중 1명은 인터넷을 접속할 수 없는 곳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명 인터넷 기업들이 지구상의 ‘인터넷 오지’에 ‘불(인터넷)’을 전해주는 프로메테우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구글의 룬 프로젝트에 사용될 열기구가 2014년 뉴질랜드 남섬의 눈 덮인 산악지대에서 시험운용되고 있는 모습
◆구글의 풍선 띄우기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요즘 풍선 띄우기에 푹 빠져 있다. 지구 상공에 열기구를 띄워 문명의 혜택이 닿지 않는 오지에도 인터넷 접속 환경을 제공하는 ‘룬(Loon·미치광이)’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통신중계기와 무선안테나, 비행용 컴퓨터, GPS 위치추적기, 고도조절 장치, 태양광 전원 시스템 등을 탑재한 지름 15m 크기의 열기구를 지구 상공 20km에 올려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내년부터 인도네시아 성층권에 열기구를 띄우는 것을 시작으로 룬 프로젝트를 전 세계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구 1억명의 인도네시아는 1만7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뤄진 데다 국토 대부분이 정글과 산악 지대여서 인터넷망을 연결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구글은 우선 인도네시아 통신업계 3대 기업인 인도샛(Indosat), 텔콤셀(Telkomsel), XL악시아타(XL Axiata) 등과 손잡고 LTE 인터넷 연결을 지원하는 열기구를 뛰우는 시험에 돌입한다. 구글에 따르면 무선기지국 역할을 할 수백개의 열기구를 인도네시아 상공에 띄운다. 이 열기구들은 사전에 정해진 경로를 따라 움직이며, 열기구 1개가 목표 지역의 인터넷 수신 범위를 벗어나면 다른 열기구가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구글은 지난 2년간 뉴질랜드에서 실험 운영을 해온 터라 인도네시아에서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룬 프로젝트팀의 마이크 카시디 부팀장은 “처음 열기구를 띄웠을 때는 14명이 달라붙어도 한두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자동 크레인으로 단 15분 만에 쏘아 올린다”며 “열기구가 상공에 머무는 시간도 초창기에 5∼10일 정도였다면 현재는 187일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주, 브라질 등의 오지로 실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태양광 패널을 장착한 드론(무인항공기)을 활용해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이탄(Titan)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10월 초 인공위성을 통해 아프리카 남부 지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시한 개념도
◆페이스북의 인공위성과 드론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도 인터넷 오지 없애기에 적극적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5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서 “(프랑스 위성 운영업체인) 유텔샛과 제휴해 (이스라엘 통신위성사업자인 스페이스콤의) 아모스(AMOS)6 위성을 활용해 내년에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서비스가 성공하면 서아프리카·동아프리카·남아프리카 등 사하라사막 이남 14개 국가에서 인터넷 오지가 사라진다.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은 비행기와 위성을 이용해 하늘을 통해 인터넷 신호를 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며 “격리된 지역에서는 전통적인 인터넷 연결 기반이 빈약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아프리카 등 오지에도 기본적인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닷오르그’(Internet.org)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위성 발사는 그 계획의 일환이다. 인터넷닷오르그의 크리스 대니얼스 부사장은 “페이스북의 임무는 전 세계를 연결하는 것”이라며 “이 위성이 아프리카인들을 연결하여 기존에 가로막고 있던 장벽을 없애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위성뿐 아니라 드론을 이용하는 방식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말 드론을 이용해 전 세계 오지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도록 레이저빔을 쏘는 ‘아퀼라’(Aquila·독수리좌) 프로젝트’의 시험비행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퀼라 드론은 보잉 737 여객기 정도 크기에 무게는 약 400㎏으로 상용 비행기보다 높은 고도인 18~27㎞ 상공에서 약 3개월간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비행하며 레이저 통신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진과 쓰나미 같은 대형 재난이 발생해 지상 통신시설이 마비되거나 산간 오지에서 조난자가 발생했을 때도 이 드론을 띄우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의 엔지니어링 감독인 야엘 맥과이어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은 레이저 통신 시스템에 획기적인 전환을 성취했다”며 “이 기술을 이용해 현재 속도보다 더 빠른 데이터 접속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페이스X가 우주인터넷 연결 프로젝트에 사용할 소형 인공위성의 모습.
스페이스X 제공
◆‘아이언맨’의 우주인터넷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민간 우주선 업체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독자적으로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는 우주 공간에 수천기의 위성을 띄워 지구 전역과 우주 공간에서도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우주인터넷’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한 머스크는 지난 5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이 프로젝트의 테스트를 시작하는 권한 승인을 요청했다. 이 계획은 4000여기의 소형 저가 위성을 우주에 띄운 뒤 인터넷 신호를 지구로 전송해 가장 외진 오지를 포함한 지구 전역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게 하는 개념이다.

머스크는 “태양광을 이용한 인공위성을 통해 통신 인프라가 없는 지역에서도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확장시키면 지구 바깥에서도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다. 머스크도 “장기적으로는 화성에서도 인터넷 통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가장 작은 상업용 통신위성은 무게 500파운드(약 226kg)에 기당 가격이 수백만달러 수준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를 기당 100만달러에 무게 250파운드 이하로 낮춰 상용화할 수 있게 만들 방침이다. 머스크는 2016년에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후 5년 안에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이다.

정보기술(IT) 거대 기업들이 이처럼 인터넷 오지를 없애려고 땀을 흘리는 데는 인터넷 오지 시장이 그만큼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기구의 하나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연말까지 전 세계 인구 72억명 가운데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 약 32억명에 달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5월 발표했다. 2000년 세계 인터넷 이용자가 4억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5년 만에 8배나 커진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아직도 40억명은 인터넷의 혜택이 닿지 않는 오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에선 80%가 넘는 사람이 매일 인터넷을 사용 중인데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가난한 지역에서는 그 비율이 6.7%까지 떨어진다고 ITU는 지적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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