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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자심포지아 2015’ 축제를 위해 서울 서촌 골목길에 설치된 골목 표지판. 세계문자심포지아는 소통의 매체인 문자의 특성을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다양한 관계를 맺는 골목길에서 읽어낸다. 세계문자연구소 제공 |
“세계의 문자가 그것을 쓰는 사람의 집에 따라, 또는 골목과 거리 그리고 마을과 나라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고, 거꾸로 문자가 바뀜으로써 집과 골목 그리고 마을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체험하게 해 줄 것이다.”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서촌 일대에서 열리는 ‘세계문자심포지아 2015-가가호호 문자’ 축제의 취지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골목길, 좁은 골목길을 따라 각국의 문자를 표현한 조형물이 유리창과 대문에 붙었고, 담장과 담장 사이에 걸렸다. ‘사랑’, ‘안녕’, ‘친구’, ‘평화’, ‘손에 손잡고’ 등의 뜻을 담은 세계 각국 문자다. 주최 측은 통의동 주민들 집을 방문해 문자를 보여준 뒤 마음에 드는 단어를 골라 직접 적어보도록 했다. 주민들이 ‘그리듯’ 쓴 문자를 조형물로 만들어 전시한 것이다. 기획자인 이화여대 김종구 교수는 “집집마다 문패를 내걸었던 골목길의 문화를 차용해 세계 곳곳의 문자를 골목길에 전시하고 사람의 삶과 이야기가 함께 하는 참여형 행사를 지향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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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자심포지아 2015’ 축제를 위해 서울 서촌 골목길에 설치된 문자 조형물. 세계문자심포지아는 소통의 매체인 문자의 특성을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다양한 관계를 맺는 골목길에서 읽어낸다. 세계문자연구소 제공 |
지난해 시작한 세계문자심포지아의 관심은 ‘문자의 다양성’ 유지다. 각국의 문자를 조형물로 만들어 골목과 거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가호호 문자체험’의 맥락도 여기에 닿아 있다. 올해 행사에서 주최 측은 여러 형태의 프로젝트를 준비해 문자의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21∼23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는 학술대회 ‘되돌아보기와 내다보기’가 열린다. “세계 문자의 다양성을 살려갈 수 있는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찾기 위한” 자리다. 21일에는 숙명여대 구연상 교수가 세계의 ‘작은 문자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다양성 살리기의 철학적 근거를 밝힌다. 23일에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 김슬옹 전문위원 등이 로마·키릴·그리스·인도 등 현재 사용되는 26개 문자의 탄생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동덕여대 오은경 교수 등은 중앙아시아, 터키, 일부 러시아 자치공화국의 문자 및 학문어 정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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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민, 이슬기 작가는 이제는 사용하지 않은 한글 자음과 모음을 활용해 꾸민 풍선을 행사 기간 나누어준다. 세계문자연구소 제공 |
총감독을 맡은 임옥상 화백은 “예술작가들이 골목을 찾아 주민들과 더불어 문자의 깃발을 나부끼고, 춤추고 노래하는 한판 굿판을 벌인다”며 “우리 모두 문자의 벗이 되고 파수꾼이 되어 골목마다 세계문자의 다양성을 꽃피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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