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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 유출 3배↑…80%가 중소기업서 발생

입력 : 2015-10-02 18:14:52 수정 : 2015-10-02 23: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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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5건 중 54건 차지… 폐업 등 피해 입고도 구제 받을 길은 막막… 정부 차원 대책 시급
수도권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A(55)씨는 지난해 말부터 가족과 떨어져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2001년 5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A씨의 회사는 대기업에 핵심부품을 납품하며 꾸준히 번창했다. 하지만 직원 규모가 60명까지 늘어난 2013년 갑자기 납품 계약이 모두 끊겼다. A씨 회사의 연구원이 다른 중소기업 대표와 짜고 핵심기술을 빼돌린 뒤 이직한 탓이었다.

A씨는 상대 업체 대표와 이직한 연구원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업체 대표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이마저도 검찰 수사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A씨가 해당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지 않았고, 영업비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민사소송으로도 상대 기업의 완제품 생산을 막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A씨는 “업계에서 산업기술 유출사고는 곧 폐업을 의미한다”며 “장기간의 소송을 거쳐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바닥에 떨어진 기업 가치를 되돌릴 순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기술유출 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피해구제를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0년 40건에 불과했던 기술유출 적발건수는 지난해 111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서도 지난 8월까지 65건이 발생했는데, 피해를 본 기업의 83%(54건)가 중소기업이었다. 영세한 규모의 중소기업은 기술 보안에 충분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 또 피해를 당해도 장기간의 소송전을 수행하기 힘들고 설사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현행법은 입증 가능한 최소한의 손해배상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재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중소기업이 기술유출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신고를 미루다가 피해를 키우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산업기술 특허 침해에 대해 실제 손해액보다 많은 배상을 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특허법 개정안이 지난 2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내용은 삭제됐다.

장항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정부가 기술유출을 예방하기 위한 보안설비 구축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기술 보호를 위한 인재 개발 등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예산과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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