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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도 못 말린 사형집행…"세금으로 죄수 살리지 말라"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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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4 11:00:00 수정 : 2015-10-04 13: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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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死刑). 수형자의 목숨을 끊는다는 뜻이다. 죄질이 무거운 사람을 죽음으로 다스리는 형벌이다. 죄인을 다루는 의도지만, 같은 사람을 죽인다는 점 때문에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선 처벌 수단이다.

◆ 사형 집행 정지명령 철회…미국 내 사형 봉인 풀리나?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지법원이 이날 오후 9시17분쯤 알프레도 프리토(49)의 사형을 집행했다. 재판부는 “변호사의 항소 등으로 최후까지 연기를 거듭한 재판을 미루는 것은 희생자들에게 해로운 일”이라며 “그동안 처형을 막은 법원 명령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프리토의 형 집행에 쓰인 약은 미국 텍사스 교도소에서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프리토 변호사는 “약물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하다”며 집행 연기신청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변호인이 품은 사형 약물에 대한 의구심은 부적절하다”며 “형 집행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프리토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5세 소녀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기소,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또 다른 소녀와 소녀의 남자친구도 죽인 혐의다. 프리토는 이 외에도 여러 살인사건과 상해사건 용의자로 지목됐다.

◆ “사형 대신 자비를”…반만 먹힌 교황의 간청

미국 오클라호마 메리 페일린 주지사가 사형수 리처드 글로시프(52)의 형 집행을 지난달 30일 중단시켰다.

집행을 1시간 남겨둔 시점이었다. 집행에 쓰일 독극물이 주법을 따랐는지 검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유다. 만약 프리토가 오클라호마주에서 형 집행이 예고되었다면, 그의 변호인 주장이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글로시프는 지난 1997년 자신이 근무하던 오클라호마 시티의 한 모텔에서 주인을 살해하도록 명령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무죄를 주장한 글로시프의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범 아담 스니드가 글로시프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다른 복역수의 진술서, 줄곧 결백을 강조한 그의 말이 받아들여지면서 최초 예정됐던 집행일(9월16일)이 30일로 연기됐다.

외신들은 글로시프의 형 집행 연기에 프란치스코 교황 간청이 통한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교황이 사형 폐지를 촉구하면서, 페일린 주지사에게 글로시프의 형 집행을 연기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는데 이것이 먹혔다고 본 것이다.

물론 교황의 간청이 미국 모든 지역 법원에 통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 조지아주 교정은 같은날 잭슨의 주립 교도소에 수감됐던 여성 사형수 켈리 기센다너(47)의 형을 집행했다. 사형은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센다너는 내연남과 짜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997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기센다너의 형 집행은 2월 예정이었다. 그러나 극심한 추위로 집행일이 3월로 미뤄졌다. 그러나 집행에 쓰일 독극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3월로 정해졌던 형 집행이 또다시 연기됐다.

여성 사형수가 조지아주에서 처형된 것은 70년 만이다. 조지아주에서는 지난 1945년 백인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흑인 여성 레나 베이커의 형 집행 이후, 처형된 이가 없었다.

교황은 글로시프와 마찬가지로 기센다너에 대한 사형 집행 정지도 요청했다. 주재 교황청을 통해 자비와 정의를 보여줄 다른 형벌로 바꿔달라고 했지만, 조지아주 대법원과 주 가석방 위원회(위원회)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든 자료와 기록을 검토한 결과, 사형 집행이라는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 위원회의 설명이었다. 위원회는 조지아주에서 유일하게 죄수 감형에 대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 中 사형수의 뒤늦은 참회…“제 생은 쓸모가 없었습니다”

최근 우리는 ‘한 사형수의 15시간’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중국 반관영 통신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이 보도한 내용이다.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돼 2년 만에 처형된 사형수 양차오취안(楊朝全·39)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양씨는 지난 2013년 4월, 빈 주택에서 돈을 훔쳐 나오던 중 자신을 발견한 50대 집주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2년여 만인 지난달 18일, 후베이(湖北) 성 즈장(枝江) 시 교도소는 양씨에 대한 형을 집행했다.

이날 양씨는 면회실에서 마지막으로 노부모와 만났다. 그는 “죄송합니다”라며 “제 한평생은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라고 울었다. 그러면서 “두 분을 한 번도 기쁘게 한 적이 없었습니다”라며 “다음 생이 있다면 꼭 좋은 사람, 좋은 아들이 되겠습니다”라고 뒤늦게 자신의 죄를 뉘우쳤다.

양씨는 “나처럼 나쁜 길을 가지 말고, 마음을 고쳐먹어 새로운 사람이 되어 달라”는 메시지를 동료 재소자들에게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교화로 부디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이가 되기를 바랐다.

◆ “세금으로 사형수 먹이지 말라”…국내 네티즌들의 반응

사형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반응은 대부분 ‘외국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쪽에 모이고 있다. 이들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죄질이 무거운 이들을 먹여 살리는 게 아깝다”고 주장한다. 치를 떨만큼 극악무도한 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형이 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형뿐만 아니라 실형선고 형량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다.

대부분 네티즌들은 무거운 죄질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내린 기사를 본 뒤 “판사들의 가족이 같은 일을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막상 ‘중형선고’라는 제목 기사를 보면, 내용은 그렇지 않다는 게 공통 반응이다.

잘못된 판결로 사형을 선고한 경우, 오심으로 밝혀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8월, 중국 산시(山西) 성 출신 류런왕(劉仁旺·53) 씨는 사형 선고를 받고 얼마나 잔혹한 시간을 보냈는지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류씨는 2008년 마을 관리를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기소, 2010년 사형유예 선고를 받았으며, 2년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가 2013년 항소 끝에 누명을 벗고 석방됐다. 그는 산시 성 뤼량(呂梁) 시 중급법원을 상대로 600만위안(약 1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류씨 같은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희대의 엽기적인 연쇄납치 살인극을 벌인 지존파가 범행에 사용한 각종 흉기앞에 서있다.(세계일보 DB)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연쇄살인을 저지른 지존파 조직원들에 대한 사형 집행 이후, 18년째 형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국제앰네스티는 한국을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가디언·미국 CBS 뉴스·중국 시나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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