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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T-50 훈련기 태국 판매···한중 '시장 쟁탈전' 치열해진다

입력 : 2015-09-17 18:01:04 수정 : 2015-09-17 19: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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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0 훈련기(자료사진)

방산비리 수사로 침체된 국내 방위산업계에 모처럼 희소식이 들려왔다. 태국이 T-50 고등훈련기 4대를 구매하기로 최종 결정했기 때문.

세계 무기시장에서 치열하게 경합해온 러시아와 유럽 등은 물론 중국의 도전마저 물리치면서 국내 방위산업계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 이어 동남아에서 세 번째 교두보를 구축하게 됐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항공기를 수출함에 따라 국내 항공우주산업 발전과 함께 한국-태국과의 외교관계가 한층 더 긴밀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1000억원 규모, 추가 수출 기대

태국 정부는 17일 오후 서울 메리어트 호텔에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T-50TH 4대(1000억원)를 구매하는 내용의 계약에 서명했다. 계약에 따라 KAI는 30개월 안에 4대를 태국에 납품한다.

KAI는 지난 7월말 중국, 이탈리아 등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태국 정부와 최종 협상을 벌여왔다.

T-50TH는 태국 공군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군 현대화 사업과 4세대 조종사 양성에 최적이라는 평가다.

KAI측은 “태국 수출과정에서 범정부적인 측면 지원이 있었다”며 “마케팅 초기부터 계약까지 사업 전반에 걸쳐 지원한 방위사업청, 태국 공군 조종사의 평가비행과 정비사 교육훈련을 지원한 공군,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태국은 자국의 훈련기로 체코제 L-39를 운영하고 있지만 노후화가 심해 기종 교체 사업을 추진해왔다. 태국 내각은 작년 말 훈련기 4대 도입을 위해 공군 예산 37억 바트(약 1250억원)를 승인했다.

T-50을 개조한 경공격기인 FA-50 등 T-50 계열의 수출은 2011년 인도네시아 16대, 2013년 이라크 24대, 지난해 필리핀 12대 등 3건이 있다.

이번 사업에는 한국, 미국(스콜피온), 중국, 러시아(YAK-130), 이탈리아(M-346)가 경합했으나 T-50과 중국의 L-15가 막판까지 경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스콜피온은 대당 가격이 2000여만 달러일 정도로 ‘저가’이지만 도입국가가 없다는 점이 약점이었다. 중국의 L-15는 태국과의 정치적 관계, 잠수함 사업 수주 성공 등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으나 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가 서방제라는 점,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위험을 피하고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고려 등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4대라는 규모에 불과하지만 태국의 L-39 훈련기가 20대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수출 가능성도 있어 향후 태국 정부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 동남아 시장 진출 촉매제 역할 할 듯

이번 수출은 규모는 작지만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태국에서의 수주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태국은 2006년 이후 국방력 강화와 영유권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 증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우리나라 역시 태국 시장 진출을 위해 방산업계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2013년 대우조선해양이 3700t급 호위함 1척을 수주하기 전까지는 포탄과 탄약류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최근 태국 해군이 추진한 잠수함 사업 역시 중국의 파격적인 산업협력으로 인해 고배를 마셔야했다.

하지만 T-50의 수출로 중국이 우세를 보이는 태국은 물론 동남아 방산시장에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T-50i 훈련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몇년 전부터 세계 최대의 군비 증강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으로 촉발된 동남아 국가들의 군비 경쟁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는 작년 3월 보고서에서 “아태 지역은 2004~2008년, 2009~2013년 사이에 무기 수입액이 34%나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중 전 세계 무기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서 47%로 늘어났다.

동남아가 아태 지역 무기 시장의 ‘큰 손’이 되고 있다. 2009~2013년 인도네시아의 무기 수입 규모는 84% 가까이 증가했다. 싱가포르는 146%, 말레이시아는  722%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중심으로 방산수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태국에 T-50TH를 판매하면서 동남아 지역에서의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 특히 오는 11월 태국 방콕에서 ‘디펜스&시큐리티 2015’가 열릴 것으로 알려져 국내 방산업체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 새로운 경쟁자, 중국을 뛰어넘어라

이번 사업에서는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중국의 L-15가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이전의 인도네시아, UAE, 필리핀 등에서는 M-346, YAK-130 등이 후보군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M-346이 국제 시장에서 주춤하는 사이 중국의 L-15가 그 자리를 대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기존의 ‘싼 맛에 쓰는 무기’ 이미지를 버리고 기술 개발과 판촉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올해 초 펴낸 국제무기거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독일과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무기수출국이다.

중국의 무기수출 규모는 전체의 5%로 미국(31%), 러시아(27%)에 미치지 못하지만 중저가 시장과 고급시장을 함께 공략하며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서방국가들의 반대로 추진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터키의 HQ-9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구매계약의 경우 규모가 4조 원대에 이른다.
 
중국의 주력 경전투기 J-10 전투기 24대와 이란 최대유전인 아자데간의 20년 채굴권을 맞바꾸는 계약이 추진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밖에도 파키스탄에 JF-17 전투기와 호위함, 베네수엘라와 짐바브웨 등에 훈련기를 판매하면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의 항모 `랴오닝`(자료사진)


중국의 방산시장 진출은 자국 기업의 진흥과 정치적 영향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예산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 파격적인 산업협력과 차관을 제공하며 무기를 판매할 경우 우리나라의 방산수출에 큰 도전이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태국 시장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말고, 미국의 대외군사판매(FMS)와 같은 정부 보증이나 차관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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