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하는 프로농구에는 홍일점 ‘포청천’이 코트에 서게 된다. 프로농구에 여자 포청천이 등장하는 것은 2007년 처음으로 선발된 박윤선 심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스피드와 힘, 높이를 앞세운 남자 프로농구 경기에 여자 심판 홍선희(38·사진)씨가 등장하는 것은 팬들에게 단순히 눈요깃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홍 심판은 지난 6월 한국농구연맹(KBL)이 여자농구연맹(WKBL)과 합동으로 처음 공개적으로 실시한 기량 테스트의 일종인 트라이아웃을 통해 발탁됐다. 그만큼 심판으로서의 자질과 능력 등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인천 명신여고와 수원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홍 심판은 그동안 WKBL에서 7년간 휘슬을 불며 실력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프로농구 심판이 되려면 20m 거리의 셔틀런 86회, 28m 거리의 농구코트 엔드라인에서 속칭 ‘사계절 뛰기’(엔드라인→자유투 지역, 엔드라인→하프라인, 엔드라인→먼지역 자유투 지역, 엔드라인 →엔드라인) 등 비교적 까다로운 피지컬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농구 심판의 경우 한 경기를 맡다 보면 최소 7㎞ 이상을 뛰어야 하기에 체력은 필수다. 그래서 시즌을 앞두고 하루 7km를 달리고 경기도 안양 평촌의 집 근처 헬스클럽을 찾아 하루 2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
남자농구 리그는 내년 3월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체력관리를 철저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체력이 밑바탕이 돼야 경기에 투입되더라도 집중력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관중이 많아질수록 그만큼 보는 눈이 두 배로 많아져 더욱 ‘면도칼 판정’을 해야겠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낀다고 강조한다.
홍 심판은 “비록 비시즌이었지만 국제농구(FIBA) 심판 자격을 경신하기 위해 다행히 체력관리는 잘해 놓고 있었어요. 7년간 여자농구에서 탈 없이 경기를 잘 운영한 결과 지명을 받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지명을 받은 이후 KBL에 와서 비시즌 3개월 동안 룰 적용 공부, 체력 훈련을 거쳐 연습경기에도 10여차례 투입됐다. 지난달 열린 2015 프로아마 최강전 서울SK와 연세대의 경기에도 투입됐다. 판정 동작 등 아직 배울게 많다는 걸 느꼈다고 한다.
홍심판은 여자프로농구 원년(1998년)부터 심판을 봐 온 이준호(44)씨와 결혼한 지 6년이 넘었지만 아직 아이가 없다. 심판직에 보다 집중하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서다. 농구광인 이씨는 2년 전까지 여자농구 심판으로 활약하다 지금은 고향인 대구에서 농구교실을 운영 중이다. 전형적인 주말부부다.
여자 프로농구에서 약 200경기를 소화했다는 홍씨는 지금까지 오심을 낸 적이 없다. 경기를 마친 뒤 집에 와서 자신이 맡았던 경기에서 행여 오심이 없었는지 분석을 마쳐야 직성이 풀린다. 남자농구에 와서도 이런 복습은 계속할 작정이다.
그는 “박진감 넘치고 스피디한 농구 경기는 TV 중계보다도 경기장을 찾으면 더욱 박진감 넘치고 흥미로워요. 스트레스도 날릴 수 있고요”라며 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달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홍 심판은 영어공부에도 열심일 정도로 학구파로 이름 나 있다. 비시즌에는 영어를 배우러 필리핀에도 다녀온다. 국제심판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여자 심판도 남자 무대에서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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