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한·중·러 조합… '동북아 新3각' 뜨나

입력 : 2015-09-01 18:42:06 수정 : 2015-09-01 17:36:1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朴대통령 中 열병식 참석… 격량의 동북아] <하> 한·중·러 조합 9·3 중국전승절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인다. 동북아에 한·중·러라는 과거에 없던 새로운 조합(組合)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는 북·중·러의 북방 3각 연대 대(對) 한·미·일의 남방 3각 연대의 대립, 대륙 세력 대 해양 세력의 대립 구도가 부각된 이 지역에서 향후 신사고(新思考)로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북한의 동맹인 중·러 정상이 한국 정상과 함께하는 모습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착잡한 상황일 것이다. 한·중·러 조합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특히 북핵 문제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형세를 부각할 가능성이 크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역사가 참 재미있다. 한·중·러 조합이 아직까지 (실체는 없고) 이미지에 불과하겠으나 (한·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모습 자체가 한반도 정세, 북한에 주는 영향이 두고두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한·중·러 조합은 미·중 갈등에 따른 신냉전식 진영 대립 구도를 희석할 수 있어 긍정적이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전승절 참석을 통해 진영을 넘나드는 외교를 전개하는 것은 대립 구도의 경계선을 흐리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러와의 관계 강화는 박근혜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나 통일비전에도 도움이 된다. 이상준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중, 북·러 접경지역은 비무장지대(DMZ)처럼 군사적 긴장이 높지 않기 때문에 중·러를 끌어들여 남·북·러, 남·북·중과 같은 3각 협력을 통해 북한의 뒷문을 연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신냉전의 기류에서 가스를 빼는 것이자 주변 4강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재개관 앞둔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맞춰 4일 재개관하는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내부가 1일 말끔하게 단장돼 있다. 상하이 황푸구 마당로의 주택가 좁은 골목길에 있는 임정 청사에선 이날 ‘내부 공사 중’이라는 안내문을 내건 채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현판을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상하이=연합뉴스
다만 한·중·러 조합에 대한 과대한 의미 부여는 동맹인 미국의 대한(對韓) 신뢰감을 저하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궁 영 한국외국어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은 “한·중·러 정상이 함께하는 것은 한·중 관계의 긴밀화라는 긍정적 요소가 있는 반면에 한·미·일 관계의 신뢰성을 약화하는 코스트가 있다”고 말했다. 남궁 원장은 특히 “강대국 관계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의 입장에서 한국은 변수가 아니고 미국과의 관계가 변수”라며 “미·중 경쟁 구도에서 중국은 북한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고 이는 결국 한국과 중국이 근본적인 이익을 공유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중·러의 공동이익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도인데 잘못하면 한·미·일 공조에서 한국이 독립 행보를 한다거나 중국에 쏠린다는 오해나 음모론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며 “동맹국이나 서방의 우려를 증폭시키지 않는 조용한 행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
이런 점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소통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31일(현지 시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의 회담에 이어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가 중요한 이유다. 과거 북방 정책이나 한·중, 한·소 수교도 결국 미국의 지지와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는 점에서 향후 통일 외교를 위해서도 미국의 이해 확보가 관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고위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시 우리 외교 노선이 한·미동맹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아니고 북한 문제 해결에서 중·러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투명하게 설명해 미국의 오해를 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이번에 중·러 정상을 만나 동북아 질서에서 일본을 배제해 미국의 역내 지위를 변경하려 한다는 시그널을 줘서는 절대 안 된다”며 “70주년 행사 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c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