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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리점 보호법 ‘乙의 눈물’ 닦아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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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남양유업 사태’가 시민들의 공분을 샀던 기억이 생생하다. 본사가 대리점에 제품을 강매하는 ‘밀어내기’ 횡포가 보도된 이후 시민들은 불매운동에 나섰다. 남양유업 사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상생기금 출연도 약속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의 제재를 피하지는 못했다.

이 일은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절절하게 보여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라는 구호와 달리 ‘갑질’이 여전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기업은 시설확장과 비용절감이라는 과거 성장비결을 중국에 빼앗겨 버린 상황에서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어려워 보이니 만만한 하청·유통기업의 이윤을 가져오는 길에 끌리지 않았겠는가.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대기업 제품의 유통을 책임지는 대리점은 상생관계 정립에서 하도급기업에 비해 좋은 모델일 수 있다. 프랜차이즈보다는 덜하지만 독립기업인 하도급기업에 비해서는 훨씬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약자의 이윤을 빼앗기보다 상생의 가능성에 집중하도록 하는 현책이 필요하다.

‘대리점보호법’,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 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본사의 횡포를 망라해 금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인식은 대체로 맞는데 해결책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첫째, 근본적 해결책에 집착하다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금지돼야 할 횡포에 대해서는 이미 현행 공정거래법에 잘 규정돼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그 내용을 구체화하는 고시까지 제정했다. 여기에 대리점업과 본질이 다른 프랜차이즈에 대한 규제를 그대로 이식하는 단행법을 추가하는 것은 옥상옥일 뿐이다.

둘째, 취지와 달리 오히려 대리점을 고사시킬 우려도 있다. 과거 제조업 우위시대에 정착된 대리점 중심의 유통은 오늘날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물론 인터넷쇼핑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일부는 존립을 위해 프랜차이즈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리점 활용의 유인을 과도하게 줄이는 단행법은 교각살우의 우려를 낳게 한다.

중소유통업자 보호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경영관행 개선이 꼭 필요하고, 이를 유도할 수 있는 규제도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30여년간 잘 구축된 공정거래법상 규제의 틀을 강력하게 집행하는 것이다. 핵심은 대기업이 불법행위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의 여지를 최소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공정거래위원회 관련조직과 인력을 강화해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필수적이다. 남양유업 사태에서도 인력부족으로 전수조사를 하지 못해 법원에서 과징금 대부분이 취소됐다. 따라서 절차적 보완이 바람직하다. 공정거래위원회만으로는 완벽한 감시가 어려우니, 일반인들도 법원에 불법행위 자체를 금지 청구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개개인의 작은 이익을 한데 모아 대기업에 대응하도록 하는 집단소송제도 도입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식의 집행 후에도 추가 규제 필요성이 확인된다면 그때가 바로 새로운 단행법이 필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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