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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병마 딛고 생애 첫 메이저 정상… ‘인간 승리’ 데이

입력 : 2015-08-17 20:46:08 수정 : 2015-08-18 03: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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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데이, PGA챔피언십 우승 아일랜드계 호주인 아버지와 필리핀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제이슨 데이(28·호주)가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제97회 PGA챔피언십(총상금 1000만달러) 정상을 밟으며 또 한편의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썼다.

세계랭킹 5위에 올라 있으면서도 메이저 대회와 유독 인연이 없었던 데이는 17일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 코스(파72·7514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 ‘PGA의 대세’인 조던 스피스(22·미국)를 3타 차로 제치고 생애 첫 메이저 정상을 포옹했다. 우승 상금 180만달러(약 21억원). 데이는 메이저 대회 최다 언더파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타이거 우즈(미국)가 2000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세운 19언더파다.

제이슨 데이(28·호주)가 17일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 코스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활짝 웃고 있다.
USA 투데이 스포츠 제공
프로 10년차인 제이슨 데이는 올 시즌 RBC 캐내디언 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그동안 4승을 올렸지만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이 없었다. 특히 올해 US오픈과 디 오픈에서는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며 우승 가능성을 부풀렸으나 4라운드에 미끄러지면서 공동 9위, 공동 4위에 머물렀다.

데이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30cm가량의 챔피언 퍼팅을 남겨 우승을 확정지은 뒤 눈물을 쏟아낸 것은 지나온 가시밭길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다.

데이는 12살 때 아버지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 편모 슬하의 이민자 가정에서 빈곤한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넓은 가슴과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6살 때였다. 골프채를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 첫 골프채를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사용했다. 가족들은 구세군에서 헌옷을 사서 입었다. 데이가 호주에서 열리는 대회에 가급적 출전하지 않는 것은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 싫어서다.

제이슨 데이가 17일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아내 엘리와 감격스러운 포옹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그의 아들 대시.
콜러=EPA연합뉴스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사랑은 그의 성공에 큰 힘이 됐다. 어머니는 유일한 재산이던 집을 팔아 아들을 골프 아카데미에 보냈다. 데이는 이에 화답하듯 초등학교 때 오전 5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기 전인 8시30분까지 매일 3시간가량 연습했고, 결국 이런 노력은 세계 정상급 골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어머니는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줘라”고 아들에게 늘 주문했다.

2010년 HP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한 데이는 가난한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2011년부터 굶주리는 아동들을 돕는 자선재단을 설립해 선행을 펼쳐오고 있다. 그에게는 또 다른 아픔이 있다. 2010년부터 ‘양성발작성 두위현훈증’이라는 난치병을 앓는 그는 몸이 보내주는 위치신호를 뇌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극심한 현기증을 앓고 있다. 경기 도중 병이 발작하곤 한다. 지난달 US오픈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던 마지막날 라운드 도중 쓰러지기도 했다. 그는 샷을 하기에 앞서 늘 눈을 지그시 감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도 매 순간 지난 시절을 회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 자신만의 의식인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2013년 11월에는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에 살던 외할머니와 외삼촌 등 가까운 친척 8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아픔을 겪는 등 가시밭길 삶이었다.

올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정상을 노렸던 스피스는 우승은 놓쳤으나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를 제치고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스피스는 만 22세 나이에 세계 1위가 되면서 1997년 6월 세계 1위에 처음 오른 우즈 이후 최연소(만 21세6개월) 세계 1위가 됐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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