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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노골적으로 한국 경시… 관계개선 기대 멀어져

입력 : 2015-08-15 00:22:00 수정 : 2015-08-15 0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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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관계 전망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戰後·패전의 일본식 표현) 70년 담화가 한·일관계 개선의 극적 돌파구를 마련할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는 결국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가 광복절 70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한마디로 “일본이 마이웨이(My way)를 하려는데 한국, 너희가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대해 무성의로 일관함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같은 난제에도 양국관계를 개선하려던 움직임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하기에 앞서 일장기를 향해 고개를 숙여 경례하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아베 총리의 이날 담화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의 전후 50년 담화(1995년)를 대폭 후퇴시켰다. 우리 정부가 누차 강조해온 무라야마 담화의 4대 키워드(식민지배, 침략, 사죄, 반성)를 기술적으로는 교묘하게 포함시켰으나 핵심 정신은 쏙 빼는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1910년부터 자행된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고, 사죄나 반성의 구체적 주체도 명시하지 않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앞서 12일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개소식 축사를 통해 “종전 70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역사적 시점에서 향후 양국관계 개선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아베 담화를 주목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아베 총리의 노골적 한국경시(輕視)가 재확인됨에 따라 양국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일본에서도 기형적 정치 지도자인 아베 총리의 담화에 매몰되어서는 안 되고 이번 사태로 악화할 우려가 있는 한·일관계를 냉정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무라야마 담화보다 후퇴하고, 사과나 반성보다는 사실관계의 나열로 돼 한국과 중국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아베 담화 하나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중·일,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둔 동북아 국면 전체를 보고 향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괘씸하나 중요한 협력 상대인 만큼 기존의 역사문제와 안보·경제를 분리 대응하는 투트랙(Two track·)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교통상부 동북아 국장을 지낸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위안부 문제 등에 있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실용적으로는 한·일관계를 관리하는 모드로 가져가는 게 필요하다”며 “이번 아베 담화를 한·일관계의 맥락에서만 보지 말고 주변국과의 외교 난제를 풀어나가는 차원에서 일본에 대한 문을 걸어잠그는 형태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베 담화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일본과의 격렬한 양자 대립보다는 한·중·일 3국 대화의 틀을 활용해 동북아의 국면 관리에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중국도 아베 담화에 반발하고 있어 동북아의 긴장감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아베담화에 대해 “진정성 시험(sincerity test)에서 불합격(fails)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한·중·일 외교장관회담에서 합의됐으나 중국의 유보적 입장으로 성사되지 않고 있는 3국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는 난관에 봉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과 방미를 통해 우리의 중재자적 입장을 적극 개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쉬움이 많은 아베 담화이지만 한국이 동북아 정세를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담”이라며 “한국이 원하는 시기에 3국 정상회담이 열리면 우리의 외교적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시 동북아에서 안보협력과 안정화에 대한 한국의 중심적 역할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김청중·염유섭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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