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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짜이 한 잔] 디우의 활기찬 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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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16 19:24:09 수정 : 2015-07-16 19: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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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하고 싼 해산물·면세점보다 싼 술… 잔치가 벌어졌다
술을 파는 가게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인도는 주 단위로 행정구역을 나누기 때문에 어느 주인가에 따라서 합법과 불법이 바뀐다. 그래서 저곳에서는 됐는데, 왜 여기서는 안 되는지 따지기 전에 그곳이 어느 주에 속해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디우’는 구자라트주에 있지만, 행정은 특별구에 해당해 ‘다만디우’가 따로 있다. 다만디우는 다만과 디우를 합한 명칭이며, 행정구역으로 나눌 때 쓰인다. 디우는 길이가 13㎞, 너비가 3㎞로 길게 늘어진 섬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섬 전체를 돌아다니는 일이 쉬울 정도로 작은 섬이다. 

디우 사람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작은 골목길을 다닐 때도 편하기 때문에 오토바이를 선호한다. 처음에는 다만디우에서 지급해준 건 아닌가 할 정도로 모두 타고 다닌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여행자와 아이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우섬 인구가 적어서 모두 오토바이를 타도 길거리는 한산하다. 걸어다니는 여행자에게도 자비를 베풀어 오토바이를 빌려준다. 디우에서 돈이 가장 많이 들었던 부분이 오토바이 대여비였다. 어쩌면 목돈으로 후지급을 해서 상대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 어쨌든 오토바이까지 빌렸다면 이제 디우를 돌아다닐 자격요건이 갖춰졌다. 
아침 수산시장에서 파는 해산물은 싱싱하다.

디우가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해산물과 술이다. 물론 섬이기 때문에 바다 풍경이 좋고, 부랑자가 없을 정도로 대부분 비슷한 경제력을 가져서 사람들이 좋다. 이런 점은 나중에 깨닫고, 제일 먼저 이곳이 가장 좋은 이유는 싼 해산물과 더 싼 술 때문이다. 
수산시장 앞 공터에는 먹거리 장터가 열리는데 밤이면 더 활기차다.

해산물은 배에서 잡아온 싱싱한 것들로 부둣가 새벽시장에서 사와서 아침 시장에서 판매한다. 채소 시장도 아침에만 열어서 장을 보려면 아침에 일어나야 한다. 술은 면세인데 면세점보다 더 저렴하다. 술 파는 곳은 사람들로 붐비지만 참아내고 술을 산다. 

야채시장도 아침에만 열린다.
싱싱한 해산물로는 로브스터와 새우가 인기다. 적은 돈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로브스터와 새우가 있다면, 당연히 배불리 먹을 수밖에 없다. 해산물 아침 시장은 디우를 육지와 연결해주는 다리가 있는 쪽 공터에 건물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서 이뤄진다. 밤이면 그 공터에는 작은 가게들이 열린다. 그곳 또한 재밌는 먹거리가 많다.

친해진 가게에서는 요리를 직접 해서 먹을 수가 있다. 여행자들과 함께 해물파전을 부쳐먹은 적도 있었는데, 해물파전을 유심히 보던 그 가게주인은 곧 그 메뉴를 판매할 눈치였다. 새우와 오징어를 넣고 파, 양파, 달걀, 밀가루를 넣은 반죽을 부치기만 하면 된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부침개를 부칠 때는 주변 인도인들이 모여들어 구경했다. 신기한 광경이기도 하고, 부침개를 뒤집는 기술도 신기했나 보다. 박수를 쳐가면서 신이 난 구경꾼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잔치가 벌어졌다. 해물파전과 이곳에서 파는 닭튀김, 그리고 새우를 사와서 그것도 튀겨내서 새우튀김까지 테이블에 올려졌다. 가끔은 이렇게 여행자들이 모여서 만드는 자리가 좋다.
바낙바라는 부둣가 마을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다 보니 ‘바낙바라(Vanakbara)’까지 갔다. 바낙바라는 디우섬에서 쓰이는 모든 해산물을 제공해주는 부둣가 마을이다. 커다란 배가 선착장에 있고 시장은 새벽에만 열린다. 해산물 시장이 없어도 활기차게 마을은 움직였다. 아이들이 뛰놀고 골목골목에는 사람들 웃음소리가 들렸다. 디우 시내라고 불리며 여행자들이 많은 다운타운보다는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보였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살아간다. 

새벽에 열리는 바낙바라 수산물시장
확실히 다운타운 쪽이 잘 살고 깨끗한 마을이다. 그래도 이곳 바낙바라 마을도 좋다. 이곳이 전형적인 인도 시골 마을이다. 흙먼지 날리는 길과 가로수 뒤편으로 작은 집들이 띄엄띄엄 있는 시골 마을이다. 우물에서 물을 퍼서 쓰고, 그곳은 자연히 빨래터와 아이들 열기를 식혀주는 목욕탕이 된다. 흙길에는 물을 길어 나르는 사람, 소를 이끌고 나무를 한가득 싣고가는 사람, 외국인인 나를 보고 반가워하며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 등등 사람이 다닌다. 오토바이보다는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다.
바낙바라 수산물시장은 물고기들이 널려있다.

다음날 바낙바라를 다시 갔다. 물론 동트기 전에 출발했다. 바로 새벽 수산시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사실은 그곳에 가면 더 싱싱하고, 싼 해산물을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배에서 해산물이 쏟아져 나오듯이 바닥에 팽개쳐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냄새나고 지저분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아침 수산시장에서 단골이 된 아줌마를 만나서 둘 다 얼마나 반가운지 사람들이 다 쳐다보도록 웃었다. 아줌마도 여기서 해산물을 사다가 파는 거였다. 물론 아줌마가 훨씬 좋은 물건을 좋은 가격에 샀다. 여기는 구경만 하고 구매는 아줌마한테 하는 거로 하고 같이 경매시장을 돌아다녔다.

새벽시장을 다 보고 아줌마와 함께 짜이 한 잔을 마셨다. 사실 아줌마와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진 않다. 영어는 장사에 필요한 단어 정도만 하고, 힌디어는 아예 못한다. 물론 나도 힌디어는 잘 못하지만, 여행에서 배운 몇 개 문장은 있는데, 문제는 아줌마가 구자라티어만 구사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아줌마한테서 구자라티어를 많이 배웠다. 간단한 인사와 숫자, 기본 문장 몇 개를 섞어가면서 말을 이어갔다. 구자라트주에서는 구자라트어가 통용되는데 힌디어와 전혀 다르다. 그래서 교육과정에 힌디어가 있다. 하지만 모두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후부터 어디를 가든 인사는 구자라트어로 할 수 있었다. 그건 상대방을 놀라게 해주면서 동시에 기쁘게 해주는 일이었다. 힌디어와 구자라트어는 문자도 다를 정도로 차이가 난다. 처음에는 힌디어로 인사를 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반기는 표정이 아니었던 일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바라나시에서 인도인에게 받은 힌디어 책도 있었는데, 그건 아쉽게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새벽시장을 들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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