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금융정보 정부기관으로 흘러갈 수도”…‘빅브라더’ 우려
금융위원회가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을 별도 기관으로 설립하기로 결정하면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쪽이 더 공공적인 성격에 맞다”는 금융위의 판단과 달리 은행연합회 노동조합 등은 “비용 급증과 정보유출 위험 등이 높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금융정보를 장악해 사실상 ‘빅브라더’로 군림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비용 급증…부담은 금융사에
신용정보집중기관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 오재인)는 지난 13일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을 은행연합회 산하기관(민법상 사단법인)으로 별도 설립하는 안을 의결했다. 새로운 신용정보집중기관은 내년 3월 설립될 예정이다.
지난해 ‘카드 사태’ 이후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신용정보집중기관 통합이 추진됐다.
그간 신용정보 관리 업무는 5개 금융협회가 나눠 수행했지만, 실제로는 은행연합회에 대부분 집중돼 있었다. 신용정보 담당 인력만 해도 은행연합회가 약 70명인 반면 그 외 4개 금융협회는 총 20명에 불과하다.
때문에 국회는 법안에 “신용정보집중기관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구성해 운영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이에 따라 신용정보집중기관을 은행연합회 내부에 만드느냐, 따로 산하기관으로 만드느냐가 쟁점이 됐는데, 금융위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별도 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공공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에 더 낫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은행연합회 내부에 만들 경우 보험이나 증권 정보가 은행연합회로 모이게 되는 등 업권 간 이해상충 문제가 있다"며 "전세계 어디에서도 신용정보집중기관을 1개 협회 내부에 두는 케이스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별도 기관 설립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특히 소요 비용을 대야 하는 금융권에서는 비용 급증을 염려하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새 기관의 설립 비용만 100억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며 “운영 비용도 은행연합회 내부 부서로 두는 것보다 꽤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돈은 금융사가 내고, 권한은 전혀 가지지 못하는 구조로 갈 위험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KPMG가 수행한 신용정보집중기관 관련 중간보고에 “신용정보집중기관에 소요되는 비용은 은행연합회가 부담하되 이 기관에 대한 권리에서는 배제한다”는 구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노조 관계자는 “신설 기관은 권력기구화될 것”이라며 “기관장에 금융당국 출신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는 등 공무원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구 신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한 관치의 폐해로 더 큰 신용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로 금융정보 넘어가나?
특히 문제시되는 부분은 ‘빅브라더’ 논란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별도 설립된 신용정보집중기관에 모인 수십억 금융정보가 금융정보분석원(FIU)를 거쳐 각종 정부기관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FIU법 개정에 의해 FIU는 2000만원 이상 현금거래(CTR)와 의심거래(STR) 정보를 국세청 등에 넘기고 있다. 지난해 이를 통해 전년 대비 40배가 넘는, 약 2조30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 금융연구원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가 후원한 ‘금융권 빅데이터 활용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는 “빅데이터를 자금세탁 방지에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금융위가 추진 중인 ‘비식별화된 정보를 동의 없이 활용하는 방안’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선이 있다.
문제는 이 데이터가 국세청만이 아니라 다른 기관으로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신학용 국회의원에 따르면, FIU는 금융정보를 국세청뿐 아니라 검찰, 경찰, 선거관리위원회 등에도 제공했다고 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막대한 금융정보가 검찰과 국정원 등으로 넘어가면, 사실상 정부가 합법적으로 국민들을 사찰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정보집중기관의 데이터가 FIU에 제공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법률상 신용정보집중기관에 모인 데이터는 통계 또는 학술용으로만 활용할 수 있으며, 자금세탁방지용으로는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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