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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안줘도 늘어나는 예금… ‘고장난 금융정책’

입력 : 2015-07-12 20:27:20 수정 : 2015-07-12 23: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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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금리에도 은행권 돈 머물러 ‘돈맥경화’ 심화 시중자금이 은행권에서 맴돌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은행에 돈을 넣어놔도 사실상 ‘제로금리’를 받는데도 예금잔액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돈이 소비나 투자부문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조치에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자금의 ‘동맥경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최근 들어서는 채권금리가 상승하는 역주행현상까지 벌어지면서 한은의 저금리정책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빛 바랜 한은의 금리인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4차례에 걸쳐 연 2.50%에서 1.50%로 1.00%포인트 내리면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2%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다. 현재는 연 1.5%도 안 되는 상품이 수두룩하다.

12일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정기예금 대표상품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연 1.40%다. 신한은행 ‘신한S드림 정기예금’은 연 1.30%, 기업은행 ‘신서민섬김통장’은 연 1.55%의 금리를 준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평균금리도 연 2.10%로 2%를 간신히 넘기고 있다.

금리 연 1.3% 상품에 1년 동안 3000만원을 넣어두면 만기 때 받는 이자는 39만원인데, 이자소득세와 주민세를 더해 이자의 15.4%를 세금으로 내면 손에 쥐는 이자는 약 33만원이다. 연 1.1%의 이자를 받은 셈이다. 여기서 한은의 올해 물가성장률 전망치 0.9%를 빼면 실질금리는 연 0.2%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은행 예금은 늘기만 한다. 지난 5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총예금잔액(말잔액 기준)은 1104조원으로 지난해 5월 1034조원보다 6.8%(70조원) 늘었다. 이는 직전 1년(2013년 5월∼지난해 5월) 증가율인 4.1%보다 2.7%포인트 높다. 총예금이 70조원 느는 동안 가계의 예금은 523조원에서 547조원으로 24조원 늘었고, 기업의 예금은 302조원에서 309조원으로 7조원 증가했다.

채권금리도 내려가지 않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 11일 연 1.797%에서 지난 10일 1.806%로 상승했다. 금융이 ‘고장’ 난 셈이다.

◆심화하는 ‘돈맥경화’

시중자금의 흐름도 꽉 막혀 있다. 이날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총 예금회전율은 지난 5월 3.5회를 기록했다. 전달(4.2회)에 비해 0.7회 감소한 것이다. 지난 3월 4.2회로 깜짝 반등하며 시중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는 희망을 준 이 수치는 두 달 만에 곤두박질쳤다. 기간을 넓혀서 봐도 연말 기업의 자금수요가 몰리는 시기적 영향을 받아 지난해 12월 4.6회로 오른 것과 3월 반등을 제외하면 하락세에 가깝다. 예금별로 살펴보면 요구불예금은 22회로 전달(26.7회)보다 4.7회 줄었고, 저축성예금은 전달(1.3회)보다 0.2회 감소한 1.1회를 나타냈다.

예금회전율은 기업이나 가계가 은행 예금계좌에서 돈을 인출한 횟수로, 시중에서 돈이 얼마나 활발히 돌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 달 동안 은행 예금계좌에서 빠져나간 금액의 합을 예금계좌의 평균잔액(평잔·해당 월의 일평균 잔액)으로 나눠서 구한다. 총예금 평잔은 지난 4월 1090조원에서 5월 1097조원으로 늘었다. 평잔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예금회전율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예금인출 증가가 평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못 찾고 있고, 가계 수입에서 비정규직의 임금이 늘고 있는 추세라 돈이 소비로 흘러가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예금회전율이 낮아지는 상황이) 계속 간다면 내수침체 내지는 경기침체를 고착화하는 한 가지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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