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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입찰 점수 매기는 ‘증권사 꼼수’

입력 : 2015-06-28 20:37:58 수정 : 2015-06-28 23: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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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 가능성 놓고 사업자 순위 발표
발표 내용 따라 해당사 주가 급등락
일각선 “정보 흘려 시세차익 챙기기”
업계 “다른 의도 있는지 감시 강화를”
‘SK네트웍스(949점·1위), 신세계DF(833점·2위)….’

한 증권사에서 보고서를 통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 도전한 기업을 대상으로 낙찰 가능성을 놓고 매긴 점수다. 이어 사업자로 유력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 이랜드, 롯데호텔은 각각 798점, 669점, 650점, 600점대로 추정했다. 현대DF는 570점을 받아 꼴찌로 평가했다.

서울 면세점 입찰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발표하는 이 같은 ‘면세점 보고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들 증권사가 주무부처인 관세청이 발표한 평가 기준과 언론사 보도내용 등을 토대로 ‘낙찰 유력 보고서’를 경쟁적으로 내면서 시장과 국가특허사업 입찰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증권사의 보고서 내용에 따라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해 주식시장의 혼탁과 과열도 부추긴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A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통업! 왜 면세점에 열광하는가?’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 배포했다. 이 보고서가 관세청의 평가기준에 맞춰 서울 면세점에 입찰한 대기업 후보군을 점수화해 발표한 데서 논란이 일어났다. 일부 증권사가 특정 기업 한두 곳을 지목해 유력 후보로 내세운 보고서는 있었지만, 7개 대기업 면세점 후보 모두 점수화해 줄을 세운 건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이 보고서는 신뢰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입찰 평가항목 중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 만점 기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B업체는 295점을, C업체는 150점을 줬다. 그러나 실제 경영현황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딴판이다. C업체의 모 기업은 부채비율이 42.3%로 후보 중 가장 낮은 데다 신용등급은 ‘AA+’로 양호하다. 이에 비해 B업체는 부채비율이 230%에 육박하고 신용등급도 ‘AA-’로 낮다.

다른 증권사도 ‘특정 업체의 낙찰이 유력하다’, ‘경쟁에서 앞선다’는 식의 정보를 시장에 흘리고 있다. 이에 대해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관세청이 결정할 사항을 증권사들이 점수까지 추정해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다른 의도가 있는지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실제로 A증권사의 보고서 발표 이후 SK네트웍스 우선주는 5거래일간 상한가(30%)를 기록하며 270%나 폭등했다. 대기업 후보군 가운데 최근 3개월간 면세점을 이슈로 한 증권사 보고서를 보면 호텔신라가 19건, 신세계가 18건으로 우위를 보였다. SK네트웍스는 4건, 현대백화점은 3건, 한화갤러리아는 1건에 그쳤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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