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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금융위기 ‘판도라 상자’ 열다

입력 : 2015-06-27 07:27:53 수정 : 2015-06-27 07: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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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정부 경제정책 이끌었던 가이트너
은행 도산 막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 정책
투자자들에게 은행베일 벗기고 완전공개
위기 극복 위한 대처법·고군분투 담아내
티모시 가이트너 지음/김규진·김지욱·홍영만 옮김/인빅투스/2만5000원
스트레스 테스트/티모시 가이트너 지음/김규진·김지욱·홍영만 옮김/인빅투스/2만5000원


2009년 미국에서 90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주택시장은 꽁꽁 얼어붙고 자동차산업은 파산상태에 직면했다. 금융시스템은 정부의 온갖 개입과 보증에도 ‘바람 앞의 등불’ 신세였다. 일부에서 뱅크런 사태도 일어났다. 2008년 금융위기가 강타한 미국 경제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 경제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2009년부터 조금씩이나마 회복하기 시작해 2013년 말 국내총생산(GDP)이 위기 이전에 비해 6%나 성장했다. 반면 일본, 영국, 유럽은 아직도 위기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2008년 미국 뉴욕 연준 총재를 거쳐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티모시 가이트너(Timothy Geithner)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번역 출간됐다. 책에는 저자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경험이 담겼다.

책이 출간된 2014년 3월 미국 민간부문에서 870만개 일자리가 창출됐다. 민간부문의 취업 확대는 계속되고 있다. 실업률이 6.7%로 아직도 높은 수준이지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이던 10%나 유로존의 12%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관련된 3인. 왼쪽부터 금융위기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은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금융위기 소방수로 나섰던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티모시 가이트너 전 미 재무장관.

은행의 연쇄도산을 막기 위해 가이트너가 편 정책은 ‘스트레스 테스트’였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여 위중한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과 같은 정책이었다. 우선 프래디맥, 패니맥, AIG, 베어스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5개 투자은행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모두 리먼브러더스보다 덩치가 컸다. 이들이 파산한 이후 닥쳐올 후폭풍은 오바마 정부도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가이트너를 비롯한 뉴욕 연준의 옛 동료들은 19개 은행을 전수 조사해 손실을 추정했다. 재무제표를 검토하여 생존에 필요한 추가자본을 계산했다. 그런 다음 은행들에게 민간에서 자본을 조달하도록 독려하고 부족분은 정부가 채워주도록 했다. 투자자들이 이를 보도록 공개했다.

가이트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최선의 방식은 투자자들이 은행의 베일 안을 들여다보도록 허용해 스트레스 테스트가 얼마나 엄격하게 이뤄지는지를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일본과는 다른 방식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사상 최고의 투명성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연준 관료들과 의원들은 뱅크런이 우려된다며 거세게 반발했으나 백악관은 가이트너의 손을 들어줬다. 가이트너는 “인기와 국가를 위한 정책결정 사이에서 교활하게 움직이는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꼈다”면서 “이 때문에 정치인들로부터 불신받아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 입법 과정을 말한 것이다. 가이트너는 책에서 금융위기가 왜 찾아오고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세계적 금융위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상시화하는 듯하다. 그만큼 세계 각국 금융시스템은 취약하다. 현재 국내외적 상황이 미국의 금융위기 이전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 2016년 위기설, 2017년 위기설 등이 제기된다. 미국의 금리인상 계획, 중국 경제의 침체, 엔저에 따른 수출부진, 급증하는 가계부채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 침체에 따른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는 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10년 내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꼽힌 타일러 코웬(Tyler Cowen)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의 분석을 보도했다. 코웬은 “중국은 2016년에 접어들면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금융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은 수요가 없는데도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인프라 등에 투자한 결과 경제가 과포화 상태를 넘어선 심각한 수준으로, 중국의 금융위기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과 비슷한 파괴력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중 수출 비중이 가장 큰 한국의 충격이 다른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에도 향후 2년 안에 또 다른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1100조원를 돌파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 국내 글로벌 대기업들은 제2 금융위기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위기대응 비상계획)을 가동하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

전광우 초대 금융위원장은 추천사를 통해 “저자는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금융회사 위기관리의 시작과 끝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간헐적으로 되풀이될 경제위기에 대처할 메뉴얼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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